"안녕, 벨루가"…프랑스 센강에 갇혔던 벨루가, 이송 중 하늘나라로

이송 중 공기 부족으로 상태 나빠져
의료진 "소생 가망 없다고 판단 안락사"

프랑스 센강에 갇혔던 벨루가(흰고래)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염수 유입 구역으로 이송 도중 숨졌다.

차가운 북극해에서 지내야 하는 벨루가가 왜 프랑스 센강까지 흘러들어와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안타까움을 더한다.

프랑스 북부 칼바도스 주(州) 당국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구조 작전을 펼치던 중 고래가 죽었다는 소식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한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파리에서 서쪽으로 70㎞가량 떨어진 생피에르라가렌 수문에 갇혀 있던 벨루가는 위스트레암 항구 인근 염수 유입 유역으로 트럭에 실려 이송되던 중 상태가 나빠져 소생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의료진에 의해 안락사됐다.

수의사, 잠수부, 소방대원, 경찰 등으로 꾸려진 구조대는 전날 저녁부터 길이 4m, 무게 800㎏에 달하는 벨루가를 구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프랑스 센강에 나타난 벨루가. /사진=AFP

잠수부 10여명을 투입해 벨루가를 그물에 안착시키는 데만 6시간 가까이 걸렸고, 이날 오전 4시가 돼서야 크레인을 이용해 벨루가를 물 밖으로 꺼냈다.

벨루가는 건강검진을 받은 뒤 특수 냉장 트럭으로 옮겨져 아주 느린 속도로 항구로 이동하던 중 호흡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벨루가와 동행했던 수의사는 "이동하던 중 공기가 부족해 벨루가가 눈에 띄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안락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일 센강에서 처음 발견된 벨루가는 뼈가 겉으로 드러날 정도로 영양실조 상태였지만, 얼린 음식이나 살아있는 먹이를 줘도 먹지 않는 등 식음을 전폐했다.

프랑스 당국은 벨루가를 바다로 바로 돌려보내더라도 위험할 것으로 보고 우선 염수 유역에서 비타민 등을 투약해 벨루가의 건강을 회복시킨 다음, 바다로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허사가 됐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노트르담드라가렌 인근 센강에서 구조대원들이 벨루가(흰고래)를 그물로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로 북극해에 서식하는 벨루가가 가을철 먹이를 찾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오는 일은 있지만, 그런 사례조차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프랑스와 가장 가까운 벨루가 서식지는 센강에서 3000㎞가량 떨어진 노르웨이 북쪽 스발바르 제도다.

한편, 프랑스 강에서 벨루가를 발견한 것은 1948년 루아르강 하구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벨루가가 잡힌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