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100] ② 딱 한 번 이룬 원정 16강…벤투호, 12년 만에 재현할까

1986년 멕시코 대회서 첫 골·첫 승점, 1994년 미국서는 2무 1패 선전
1998년 대회 중 첫 감독 경질…2002년 4강 신화 이은 2010년 첫 원정 16강
한국 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은 역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이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 축구는 황선홍, 홍명보,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등으로 대표팀을 꾸려 역대 아시아 국가의 월드컵 최고 순위인 4위를 차지했다.

한일월드컵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지만,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를 상대로 황선홍, 유상철의 득점포를 앞세워 2-0 승리를 거둔 이후 준결승까지 승승장구했다.

다만 외국에서 열린 월드컵으로만 범위를 좁히면 한국 축구의 역대 최고 성적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의 16강 진출이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올해 11월 카타르 월드컵까지 10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우리나라지만 조별리그 관문을 넘어선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과 2010년 남아공 대회 16강 두 번이 전부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처음 올랐던 1954년 스위스 대회까지 더하면 11차례 대회에서 조별리그 통과가 2번뿐이었던 셈이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당시 한국은 헝가리에 0-9, 튀르키예(터키)에 0-7로 져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고, 이후 32년 만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1무 2패로 탈락했다.
다만 멕시코 대회에서 한국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1-3으로 패하며 본선 첫 골(박창선)을 기록했고, 불가리아와 2차전은 1-1로 비기면서 첫 승점을 따내는 성과를 올렸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3패로 물러선 한국은 1994년 미국 대회에서 2무 1패로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을 냈다.

1차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0-2로 끌려가다 홍명보, 서정원의 연속 득점으로 극적인 2-2 무승부를 거둔 한국은 2차전 볼리비아를 상대로 경기 주도권을 잡고도 끝내 0-0으로 비겼다. 3차전에서는 '전차 군단' 독일을 맞아 전반 0-3 열세를 후반 황선홍과 홍명보의 골로 2-3으로 추격했고, 이후로도 독일을 상대로 공세를 늦추지 않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홍명보(현 울산 현대 감독)는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컵 본선 단일 대회에서 2골을 넣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은 1차전 멕시코를 상대로 하석주가 전반 27분 선제골을 넣어 우리나라가 본선 사상 최초로 리드를 잡았지만 불과 3분 만인 전반 30분 하석주의 퇴장으로 경기 흐름이 급변했다.

이후 한국은 후반에만 세 골을 내주고 1-3으로 졌고, 2차전에서는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5 참패를 당했다.

차범근 감독은 대회 도중 경질됐고, 이미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치른 벨기에와 3차전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한국에 0-5 수모를 안긴 히딩크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 조별리그 1차전 폴란드를 상대로 2-0으로 이기면서 본선 첫 승을 따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외국인 감독을 기용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조별리그 미국전 1-1, 포르투갈전 1-0 승리로 16강에 올랐다.

이후로도 이탈리아(2-1 승), 스페인(승부차기 승)을 연파하고 4강까지 진출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토고와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둬 원정 첫 승을 달성했고, 2차전에서는 프랑스와 1-1로 비겨 2회 연속 16강 진출 가능성을 부풀렸다.

그러나 스위스와 3차전에서 0-2로 패하면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 대회에서 승점 4를 따내고도 16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그리스를 2-0으로 물리쳤고,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이끄는 아르헨티나에 1-4로 졌지만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기면서 원정 첫 16강 쾌거를 이뤘다.

16강에서는 루이스 수아레스가 혼자 두 골을 넣은 우루과이에 1-2로 분패해 8강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이후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는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러시아와 1-1로 비긴 뒤 '1승 상대'로 점찍었던 알제리에 2-4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벨기에와 3차전에서는 상대 선수 한 명이 전반 44분 퇴장당한 유리한 상황에서 후반에 실점해 0-1로 졌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스웨덴(0-1), 멕시코(1-2) 전에서 연패한 뒤 3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꺾는 대이변을 만들었지만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은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에 통산 두 번째 '원정 16강'에 도전하게 됐다.

러시아 월드컵 직후인 2018년 8월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4년을 준비해 월드컵 본선까지 치르는 지도자다.

'경우의 수'를 따지며 마음을 졸이곤 했던 아시아 지역 예선도 최종 예선 10경기 가운데 8차전까지만 치르고 본선 티켓을 확보했을 정도로 비교적 여유 있게 통과했다.
본선 조별리그에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함께 H조에 편성된 한국은 그래도 해볼 만한 상대로 꼽히는 가나를 잡고 우루과이, 포르투갈과도 최대한 승점을 쌓아 16강에 오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무엇보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상 최초의 아시아 국적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토트넘)의 존재가 든든하다.

1992년생 손흥민의 기량이 절정에 올랐을 때 열리는 월드컵인 셈인데,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원정 16강을 달성한 2010년 남아공 때는 박지성의 나이가 29세로 올해 손흥민보다 한 살 적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우리 대표팀은 9월 두 차례 A매치를 국내에서 치르며 11월 카타르 월드컵 본선 '준비 태세'에 들어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