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점프 오프·새 스파이크…낯선 환경에도 '빅2' 지킨 우상혁

점프 오프 때 트랙 경기 진행…'준비 시간' 흘러가는 악재도 겹쳐
'스마일 점퍼'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낯선 상황과 악재를 극복하고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에서 2위를 차지했다.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과의 맞대결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연장전 격인 '점프 오프'에서 순위가 갈릴 만큼 우상혁은 '현역 남자 높이뛰기 빅2'의 위용을 과시했다.

기록지와 방송 카메라에 드러나지 않은 사연을 들여다보면, 모나코에서 거둔 성과의 의미는 더 커진다.

우상혁은 11일(한국시간) 모나코 퐁비에유 루이 2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그리그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바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날 우상혁과 바심의 기록은 2m30으로 같았다.

그러나 점프 오프에서 우상혁은 바를 넘지 못했고, 바심은 2m30을 넘어 1위를 차지했다.

우상혁과 바심은 점프 오프를 택하지 않고, 공동 1위로 경기를 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바심이 먼저 '점프 오프'를 제안했다.

우상혁의 기세를 꺾고 싶다는 의지였다.

우상혁이 은인이라고 부르는 김도균 한국육상대표팀 수직도약 코치는 경기 뒤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점프 오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왔을 때 우상혁에게 '바심의 의사를 먼저 확인하자'고 했다"며 "바심이 '점프 오프를 하겠다'고 밝혔다. 점점 올라오는 우상혁을 한번 누르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우상혁이 '점프 오프'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애 첫 점프 오프는 아쉬움을 남기고 끝났다.

2m32의 점프 오프에서는 우상혁과 바심이 모두 실패했다.

2m30으로 바를 낮춘 뒤에는 우상혁은 실패, 바심은 성공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1, 2위가 갈린 뒤, 우상혁과 바심은 가볍게 포옹하며 서로를 축하와 격려 인사를 나눴다.

점프 오프에서 우상혁에게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2m30을 시도하기 전 트랙 경기가 진행되면서 우상혁이 주로에 꽤 오래 서 있었다.

남자 높이뛰기에서 3명 이하가 남으면, 시작 신호와 함께 1분 30초가 주어진다.

우상혁의 2m30 점프 오프 시작 신호가 울린 뒤에 트랙 경기가 진행됐고, 우상혁은 출발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심판진이 시계를 멈추지 않았다.

우상혁은 시계를 가리키며 심판에게 어필했지만, 시간을 그대로 흘렀고 다소 급하게 바를 향해 뛰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이날 경기에서는 해미시 커(26·뉴질랜드)가 2m28을 시도해야 할 때 바 높이가 2m25에 멈춰 있는 등 심판진의 실수가 이어졌다.

우상혁도 긴장감 넘치는 점프 오프에서 손해를 봤다.
스파이크를 길들일 시간이 부족한 점도 우상혁에게는 아쉬웠다.

이날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우상혁 후원'을 공식 발표했다.

푸마는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은퇴 후 육상 최고 스타로 떠오른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아먼드 듀플랜티스(23·스웨덴), 올림픽 단거리 더블더블(2016년 리우데자네이루·2021년 도쿄 여자 100·200m 연속 우승)을 달성한 일레인 톰프슨(30), 2022 유진 세계선수권 여자 200m 챔피언 세리카 잭슨(28·이상 자메이카) 등 세계적인 육상 선수를 후원한다.

우상혁도 '푸마 패밀리'에 합류했고, 이날 다이아몬드리그에서 형광색 푸마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하지만 스파이크가 다소 늦게 도착했다.

유진 세계선수권 기간에 우상혁은 푸마에 '새 스파이크'를 주문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맞춤형 스파이크'였다.

푸마가 공들여 스파이크를 제작했지만, 이 스파이크는 대회 당일에 모나코에 도착했다.

결국, 우상혁은 새 스파이크를 신고 경기를 치렀다.

김도균 코치는 "스파이크를 테스트할 시간이 없었다.

우상혁이 아주 편안한 상태에서 경기하기는 어려웠다"며 "새 스파이크를 신고 2m30을 뛴 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스파이크에 익숙해지면 심리적, 신체적으로 한결 편안한 상태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올해 다이아몬드리그를 단 두 번 치러 승점 15를 쌓아 랭킹 포인트 4위에 오른 우상혁은 27일 스위스 로잔 대회에서 5위 안에 들면 9월 8∼9일 취리히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시리즈' 출전 자격을 얻는다.

남자 높이뛰기에서는 다이아몬드 랭킹 포인트 상위 6명에게 파이널시리즈 진출권을 준다.

'맞춤형 스파이크'에 우상혁이 익숙해지면, 로잔 대회와 취리히 파이널시리즈에서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다.

우상혁과 김도균 코치의 시선은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향한다.

김도균 코치는 "우상혁은 이미 2년 뒤 2024 파리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스파이크를 바꾼 것도 파리올림픽 준비 과정"이라며 "남은 2년을 알차게 보내 파리올림픽에서 우상혁을 응원해준 모든 분께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