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가장 중요한 분배기준 '능력'…노력·필요는 다음"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배타적 능력주의와 불공정에 대한 민감성 연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공정한 분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중·고등학생들은 재화나 보상의 분배 기준으로 '능력'을 우선시하며, '노력'과 '필요'는 그다음으로 여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KEDI 연구 브리프'에 게재된 권희경 교육조사·지표연구실 연구위원의 '학생들의 분배 규범과 공정 민감성'에 따르면, 3개 중·고교 학생 약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체육 수행평가 등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고, 각 상황에서 노력과 실력, 가정형편 등 학생별 특성을 상세히 가정하고 나서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보상을 분배할 것인지 묻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분배 규범과 피해자·가해자·목격자의 공정 민감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과제 수행에 실질적 기여도가 높은 '능력'에 대한 선호도를 수치화했을 때 평균 8.56점으로 가장 높았고, 과제 수행에 투입한 시간인 '노력'은 5.02점, 보상을 필요로 하는 정도인 '필요'는 4.42점이었다. 학교급·성별 차이는 미미했다.

학생들을 유형화하면 '능력'을 최우선시하는 학생 비율은 중학생 47%·고등학생 40%로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능력과 필요'를 중요시하는 비율이 중학생 25%·고등학생 30%였다.

'능력과 노력'을 중시하는 비율은 중학생 14.6%, 고등학생 12.7%였다.
모든 보상 유형에 따라서는 성적, 상금, 교사의 칭찬 등 모든 유형에서 '능력'이 최우선으로 중요시됐지만, 약간의 차이도 있었다.

상금의 경우에는 다른 보상 유형에 비해 '필요'(가정형편의 어려움)를 많이 고려하며, 교사 칭찬의 경우에는 '필요'(인정욕구 수준)보다 노력(투자한 시간)을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의 경우에는 '능력' 우선 비율이 40%를 넘어 나머지 두 유형보다 더 높았는데, '필요'(진학 시 반영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비율이 중학생(28.9%)보다 고등학생(30.3%)에게서 더 높다는 차이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분배 규범을 공정에 대한 민감성과 함께 분석했다.

공정 민감성은 피해자 민감성(누군가 이유 없이 나를 불공평하게 대우하면 화가 난다), 가해자 민감성(이유 없이 특정 사람을 불공평하게 대했을 때 마음이 불편하다), 관찰자 민감성(누군가 이유 없이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의 세 유형으로 나눠 분석됐다.

피해자 공정 민감성이 높은 집단이 분배 대상의 능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대로 가해자 공정 민감성이 높을 때, 상대적으로 능력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경향이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연구위원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 민감성의 차이가 분배 규범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보인다"며 "특히 능력을 배타적으로 중시하는 능력주의와 자신에 대한 불공정 대우에 대한 민감성간의 상호 관련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