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전기차 배터리 원료 확보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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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광물 의존도 90%유럽과 미국의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자동차 중심으로 전환을 위해 배터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사업부를 꾸려 자체 배터리 생산에 나서거나 아시아의 배터리 제조사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포드 CEO "당분간 가격 불안"
5년내 리튬·니켈 등 대란 올 수도
美 인플레 감축법에 혼란 가중
완성차업계 '脫중국' 쉽지 않아
GM·포드와 달리 폭스바겐은
셀 공장 설립…자체조달 나서
그러나 심각한 비용 상승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광물 및 제련 시장을 중국이 점령하고 있어서다. 최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에 미국 시장 확대를 위해선 장기적으로 중국산 재료를 빼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치솟는 유럽에서는 공장을 원활하게 가동하기가 곤란하다.
배터리 독립 나선 폭스바겐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배터리 재료 시장의 편중성 때문에 납품 방식이든 자체 생산 방식이든 완성차 제조사의 그 어떤 배터리 전략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과 납품 계약을 맺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반면, 폭스바겐은 자체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사업부 파워코를 통해 지난달 초 독일 니더작센주 잘츠기터에 4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첫 번째 배터리 셀 공장을 착공했다. 잘츠기터 공장은 폭스바겐이 향후 배터리 전략에서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당초 폭스바겐은 “배터리 셀 제조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핵심 역량이 아니다”며 아시아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조달계약에 나섰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 규제로 인해 당초 목표치보다 훨씬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을 구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자 자체 생산으로 선회했다.
자체 생산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는 측면도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잘츠기터 공장을 방문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독일인이 배터리 셀은 아시아 시장에서 언제든지 주문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19와 러시아 전쟁을 겪으면서 핵심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움켜쥔 핵심 원재료가 관건
UBS는 “어떤 방식을 채택하든 배터리 생산 비용은 계속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재료의 85~90%를 중국이 움켜쥐고 있는 데다 핵심 원자재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어서다. 리튬 가격은 지난 4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금도 작년 초 가격의 8배에 달한다.폭스바겐을 비롯해 GM, 포드 등 전기차 후발 주자들은 공격적으로 원재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GM은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지난주 리튬 생산기업 리벤트에 2억달러를 선불로 지급했다. 에너지 분석업체 S&P글로벌원자재인사이츠는 “유럽과 미국에서 배터리 셀 제조에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고 있지만 재료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리튬 공급 경색뿐만 아니라 니켈, 코발트와 같은 다른 배터리 핵심 원재료도 5년 안에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최근엔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포드와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하기로 했던 북미공장 계획 발표를 돌연 연기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중 갈등이 고조된 국면에서 나온 조치다.
유럽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러시아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난이 계속되면서다. 독일전기전자산업협회(ZVEI)는 최근 “러시아가 올해 안에 독일에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면 배터리 셀 공장들은 즉각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 정치권이 IRA법을 통해 중국산 원재료 의존도를 낮출 것을 압박한 것도 악재다.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시간주 공장을 방문해 “리튬, 코발트, 니켈 가격이 당분간 안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원료 가격 급등으로 배터리 가격이 오르면 결국 전기차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리안/김형규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