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넷플 제치고 '구독자수 1위'…그런데 요금은 왜 올렸지?

디즈니 플러스·훌루·ESPN+
구독자 총합 넷플릭스 넘어
영업손실 11억달러로 확대
광고 적용 상품 도입하고 요금 인상
월트디즈니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제치고 1위(구독자 수 기준)에 올랐다. 디즈니 플러스의 신규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의 미래가 생각만큼 밝지 않을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OTT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신규 가입자를 늘리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디즈니를 비롯한 OTT 업계가 수익성 강화를 위해 구독료를 올리고 광고형 상품을 도입하는 배경이다.

○구독자 수 전망 낮춰

디즈니는 10일(현지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의 글로벌 구독자 수가 2분기(자체 회계연도 3분기) 말 기준 1억5210만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 분기보다 1440만명 증가했다. 1분기에 이어 시장 추정치(1억4700만명)도 웃돌았다.전체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자 수 총합이 처음으로 넷플릭스를 넘었다.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 외 또다른 OTT 훌루(2분기 말 기준 4620만명)와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ESPN+(2280만명)를 운영한다. 세 서비스의 구독자를 모두 더하면 2억2110만명으로 넷플릭스 가입자 수(2억2067만명)를 웃돈다. 디즈니 주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6.8% 뛰었다.

다만 앞으로 가입자 증가세는 예상에 못 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이날 디즈니는 2024년 9월 말까지 디즈니 플러스 구독자 수가 2억1500만~2억4500만명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전망치(2억3000만~2억6000만명)보다 1500만명 낮췄다.

디즈니의 2분기 전체 매출은 215억달러로 전년 동기(170억달러) 대비 26% 늘었다. 주당 순이익(EPS)은 0.5달러에서 0.77달러로 증가했다. 디즈니 측은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 매출이 70%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콘텐츠 스트리밍 부문은 콘텐츠 제작 비용 등 영향으로 11억달러의 영업손실을 냈다. 가입자 수가 늘어났는데도 전년 동기(3억달러)보다 적자폭이 심화됐다.
사진=AP

○광고·묶음 상품으로 수익성↑

글로벌 OTT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며 주요 OTT 기업들은 덩치 확장에서 수익성 강화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대규모 투자로 신선한 콘텐츠를 제작해 신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기존 전략은 경쟁사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힘을 잃고 있다. 넷플릭스는 상반기에만 구독자 117만명을 잃었다.

수익성 개선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광고를 끼워넣는 것, 그리고 한 개 이상의 OTT를 보유한 기업들의 경우 ‘묶음 상품’을 늘리는 방안이다. 여러 OTT를 함께 이용하는 묶음 상품은 구독자 1인당 결제금액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디즈니는 두 전략을 모두 도입했다. 우선 오는 12월부터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의 구독료를 인상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디즈니 플러스의 월 구독료는 미국 기준 7.99달러에서 10.99달러로 올린다. 대신 광고가 적용되는 상품을 새로 만들어 기존 가격인 7.99달러에 판매하기로 했다.

훌루의 월 구독료도 광고 기반 상품은 6.99달러에서 7.99달러로, 광고가 없는 상품은 12.99달러에서 14.99달러로 인상한다. 내년 광고 기반의 저가형 상품을 출시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전략이다.

묶음 상품도 늘렸다. 디즈니는 기존에 플러스와 훌루, ESPN+를 한 번에 구독하는 ‘디즈니 번들’ 상품을 월 19.99달러에 판매했다. 여기에 광고를 적용하는 대신 월 구독료를 12.99달러로 낮춘 상품을 새로 내놨다. 디즈니+와 훌루만 광고 기반으로 구독하는 상품(월 9.99달러)도 출시했다. 앞서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는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와 디스커버리를 통합한 요금제를 내년 여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