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비대위 장기화? 野 방사포 쏘는데 與 무장해제 하는 꼴"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가운데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8월 말 지도부를 꾸리고 '전면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대위 체제가 장기화된다면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비대위원 인선 '속도'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르면 주말 내 비대위원 인선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17일 전에는 정식으로 비대위를 발족하는 것이 목표다.

비대위원 인선이 끝나고 비대위가 본격 출범하면 전당대회 시기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주 위원장은 내년 초 전당대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10일 '비대위를 짧게 운영하고 조기 전당대회로 당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질문에 "그러면 비대위를 할 이유가 있느냐. (전대 준비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면 되지"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해관계 엇갈리는 당권주자들

권성동 원내대표도 내년 초 전대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여당의 전당대회가 윤석열 정부의 첫 정기국회와 시기가 겹쳐선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내년 4월까지인 자신의 원내대표 임기 등 정치적 시간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올 가을 조기 전당대회 개최 목소리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야당이 8월 말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를 꾸리는 만큼 여당도 '비정상' 상태에서 벗어나 '정상'으로 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기현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도 야당은 대통령실을 집적적으로 공격하며 여당을 '패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실과 야당만 부딪히면서 여당은 존재감이 없는 투명 정당과 비슷한 모습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장기화→'여당 패싱' 가속화"

더불어민주당에 '강성 지도부'가 꾸려진다면 여당의 입지는 더 약해질 것이라고 봤다. 김 의원은 “야당이 ‘방사포(다연장 로켓포)’를 쏘아대는데 우리는 정통성에 취약점이 있는 비대위 체제로 ‘단발포’만 쏘아댄다면 얼마나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 중무장할 때 우리는 무장해제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정당성을 가진 선출직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고 본격적으로 맞대응에 나서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9월 시작되는 첫 정기국회와 여당의 전당대회 시점이 겹칠 경우 민생을 뒤로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해 정기국회 시기에도 대선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를 진행했고,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 대표는 공천에 영향을 주는 자리이다보니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은 선거 운동을 하면 안된다고 당헌에 명시돼 있다"며 전당대회가 정기국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