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100m 어둠 속에서 '우주 암흑물질의 비밀'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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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세계적 연구기관 도약올 들어 한국 첫 로켓 누리호와 첫 달 탐사선 다누리가 잇달아 우주로 향했다. 우주는 새까맣게 보인다. 여기서 무수한 항성(별)이 탄생하고 사라진다. 태양도 별 중에 하나다. 지구, 달 등 행성도 우주에서 나고 자란다. 우주의 26.8%는 암흑물질(dark matter)로 구성돼 있다. 별들의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암흑물질은 ‘존재한다’는 사실과 분포 형상이 알려졌을 뿐, 어떤 성분으로 돼 있는지 아직 전혀 알려진 바 없다. 노벨물리학상 단골 주제인 중성미자도 암흑물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초과학硏 '예미랩' 내달 준공
강원도 철광 지하에 연구시설
은하의 근원 '암흑물질' 규명 도전
지구로 날아온 윔프는 지하 연구시설 검출기 내 특수하게 만든 결정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윔프가 결정 원자핵과 충돌하면 결정에서 광자(빛)가 방출되는데, 이 신호를 포착하는 것이다. 검출기는 뮤온 등 중성미자나 우주 방사선 영향(노이즈)을 줄이기 위한 ‘차폐’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관건이다.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강원 양양 양수발전소 지하 700m 실험실에서 다마 실험 결과를 반박하는 논문을 내 2018년 말 세계 3대 학술지 ‘네이처’에 실었다. 이 논문 작성엔 서울대 고려대 등 국내 대학과 미국 예일대 일리노이대, 영국 셰필드대 등 세계 15개 기관이 참여했다. 예미랩은 이런 암흑물질 연구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미랩의 또 다른 중요한 임무는 ‘이중베타 붕괴 실험’이다. 중성미자와 중성미자의 반입자(반대 성질을 가진 입자)인 반중성미자가 ‘완전히 다른 입자냐, 아니면 같은 입자의 또 다른 얼굴이냐’를 규명하는 것이다. 물리학계의 80년 난제인 이 문제를 푼다면 노벨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현재 IBS 지하실험연구단을 비롯해 세계 20여 개 그룹이 암흑물질 연구와 이중베타 붕괴 실험을 지하에서 하고 있다.예미랩 건설엔 350억원이 들었다. 70여 명의 연구인력을 둔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매년 85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세종대 교수)은 “기초과학은 자연의 법칙을 연구하는 것인데, 암흑물질은 인류가 가장 모르고 있는 자연의 법칙”이라며 “우주의 탄생과 끝, 별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게 암흑물질인 만큼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하실험연구단은 지난해 IBS 30여 개 연구단 가운데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올해로 문을 연 지 10년째를 맞은 IBS는 세계적 연구 성과를 시나브로 축적하고 있다. 지난해 피인용 상위 1% 논문 비율, 논문당 평균 인용 횟수 등 지표에서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아르곤국립연구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 프랑스 국립과학원 등 세계적 연구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에 근접한 과학자’로 꼽히는 5명 가운데 3명(유룡 KAIST 명예교수, 현택환 서울대 교수)이 IBS에서 연구했거나 연구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