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 정점' 기대 커졌지만…Fed는 다시 8월 물가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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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소비자물가 8.5% 상승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20, 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자이언트스텝)가 아니라 0.5%포인트(빅스텝) 인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5%로 둔화하면서다.
생산자물가도 상승폭 둔화
시장의 추정치보다 밑돌며
"9월 금리 0.5%P 인상" 우세
근원물가 여전히 높은데다
임금 상승으로 물가상승 압박
3연속 '자이언트스텝' 전망도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주거비, 임금 등 물가 압력 요인이 해소되지 않아 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금리 인상 속도 늦춰지나
11일 오전 2시(현지시간)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에서 Fed가 다음달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58.5%를 기록했다. 0.75%포인트 인상 확률(41.5%)은 절반을 넘지 못했다. 하루 전만 해도 시장에선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68%로 점쳤다.지난 10일 발표된 7월 CPI 상승률이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CPI는 전년 동기 대비 8.5% 상승하며 시장 추정치(8.7%)를 밑돌았다. 41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6월 CPI 상승률(9.1%)에도 한참 못 미쳤다. 도매가격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달 예상을 깨고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는 미 노동부 발표도 11일 나왔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9.8% 오르며 6월(11.3%)에 비해 상승폭이 둔화했다. 이 소식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상승 출발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물가 잡기에 사활을 건 Fed가 자이언트스텝이 아니라 빅스텝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하지만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물가 상승 주범이었던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7.7% 하락하는 등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항목의 가격 상승세는 여전해서다. 특히 CPI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1년 전보다 5.7% 올라 6월 상승폭(5.6%)보다 높았다. 캐시 보잔치치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7월 CPI 수치가 고무적이지만 임대료 등 핵심 서비스 부문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고 분석했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근원 항목 수치가 더 많이 개선돼야 한다”며 “연말에 금리 인상 움직임이 느려질 수 있지만 Fed가 9월 0.75%포인트 인상안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변동성이 큰 음식료와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가 여전히 Fed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달 근원 CPI 상승률은 5.9%를 기록했다.
8월 물가 상승률이 관건
높은 임금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지난달 미국인의 시간당 평균 소득은 전월 대비 0.5%,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Fed 위원들은 이날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이어갔다.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CPI 발표 직후 “물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첫 번째 신호일 뿐 금리 인상 경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말까지 금리가 연 3.9%, 내년 말까지 연 4.4%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은 총재도 “아직 인플레이션이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며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로 확실히 회복하기 위해 올해와 내년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다음달 Fed의 금리 인상폭은 다음달 13일 발표되는 8월 CPI 상승률이 결정지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월 CPI 수치만으로는 물가 상승세가 꺾였는지 판단하기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 때문이다. 카림 바스타 트리플아이캐피털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는 물가 상승세가 완화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8월에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 0.5%포인트 인상이 유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