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아웃소싱'…내 집을 넓히는 가장 손쉬운 방법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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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 기고멋진 실내 인테리어 사진을 보고 '나도 저렇게 꾸며봐야겠다'고 나서지만 막상 하고 보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진 속 집과 달리 '우리 집에는 온갖 물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집을 넓게 쓰기 위해 짐을 좀 줄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손 대기도 쉽지 않죠.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에선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개인 보관' 시장이 빠르게 형성됐습니다. 주거공간의 효율성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별도의 보관공간을 찾게 된 영향입니다. 전 세계 셀프스토리지(개인이나 기업이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480억달러(약 62조원)나 됩니다.
한국에서도 개인 물품을 외부에 보관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공간 아웃소싱' 산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니창고 다락' 운영사인 세컨신드롬의 홍우태 대표가 태동 중인 국내 셀프 스토리지 시장을 진단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공유합니다.
펜데믹을 거치면서 집이 갖는 의미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평소보다 1.5배 늘어났으니 반대로 집이 1.5배 작게 느껴질 것이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가 한 말이다. 다시 말해 집에 오래 머무를수록 1.5배 공간이 더 필요하다. 집 안에서 머무르면서 일도 하고 운동도 하고 오랜 시간을 머무르는 만큼 7평 공간에서 사는 사람에게 11평 공간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이사를 계획하거나 집을 구매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는 4%대를 넘어섰고 신용대출 또한 6%대를 돌파했다. 전세 대출 이자가 부담돼 월세로 집을 구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공간의 아웃소싱
라이프 스타일은 10년 전과 비교해 급격하게 변화했지만 집의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파트의 경우, 현재도 18평, 24평, 32평형대를 찾고 빌라는 방의 개수에 따라 원룸, 투룸, 쓰리룸을 검색한다. 집이 갖는 물리적 속성 때문에 자유자재로 주거 공간을 넓히거나 줄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집의 물리적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집 안을 비우는 것이다.막상 불필요해서 물건을 버렸지만 나중에 다시 필요해서 재구매 하는 일도 생긴다. 추억이 담긴 물건은 버리려고 하면 아쉬움이 남는다.생각의 전환은 새로운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게 한다. 원하는 대로 필요한 크기와 기간만큼 집 외부에 있는 별도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PC나 노트북에 데이터 용량이 가득 찼을 때 외장하드와 같은 별도의 저장 공간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매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외부에 보관하고 원하는 때에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다면 그만큼 주거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고 사생활도 보호할 수 있다. 더욱이 외부 공간이지만 집에 두었던 상태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안심하고 보관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공간 아웃소싱’에 주목하는 이유다.
펜데믹이 불러온 주거 문화의 변화
펜데믹은 우리 산업 곳곳에 언택트 문화를 빠르게 앞당겼다. 비대면 방식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주거 공간의 역할 또한 변모했다. 화상회의로 업무를 보거나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이 보편화 하면서 집은 홈오피스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휴교령 이후 등교를 해야 하는 초·중·고등 학생들에게 방은 곧 집안 교실이다. 홈캠핑, 홈카페, 홈트레이닝 등 집에서 즐기는 취미생활도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이제 익숙하다. 집은 과거 휴식이나 잠을 청하는 단순한 휴식처에서 현재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주거 공간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구나 조명,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을 취향에 맞게 바꾸고 집 한 켠에 취미생활을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12조 5000억원 규모이던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23년에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홈인테리어의 인기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는데도 관심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삶’ 사이트를 보면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부터 지난 2월까지 중고거래 앱 사용시간이 100만 시간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거래 사용자수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 4월에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출처: 코로나19시대 중고거래 어플 사용 현황| 한국개발연구원 ‘코로나10 이후 변화된 삶’ 대시보드
도시화율 80% 이상·국민소득 3만 달러면 보관공간 찾아
셀프스토리지 시장의 발달은 기본적으로 도시화와 소득증가에 기인한다. 먼저 도시화란 도시의 문화 형태가 도시 이외의 지역으로 발전하거나 확대되면서 인구 밀도의 증가나 생활 형태나 사회 상황이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도시화가 진행되면 인구밀도가 증가하고 단위면적 당 부동산 가격은 상승한다. 이 때 단위면적 당 월세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평당 10만원의 월세를 부담하는 사람에게 평당 5만원의 보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면 선택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거 선택의 폭이 작기 때문에 쾌적한 삶을 영위하고 싶은 욕구가 외부 공간을 찾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이다.소득증가도 공간을 찾는 요소 중 하나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면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하면서 개인보관 시장이 빠르게 형성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최초로 3만달러를 달성하였고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5천달러를 기록했다.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증가하고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이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밑거름이 된다. 취미생활을 즐기고 주거 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인테리어 투자도 늘어난다. 주거공간의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별도의 보관 공간을 찾는 이유다.
셀프스토리지 산업, 선진국 중심으로 대중화
셀프스토리지(Self-storage)는 개인이나 기업이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다. 직접 짐을 가져가서 보관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셀프(Self)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미니창고, 공유창고, 개인창고처럼 직관적으로 부른다. 셀프스토리지 산업은 우리보다 앞서 도시화와 소득 증가를 경험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중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셀프스토리지 시장은 2026년 640억달러(약 8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처: statista(2022)셀프스토리지의 시작은 196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하실이 있는 일반적인 미국의 주택 구조와 다르게 지하실이 없었던 텍사스주의 가정들이 외부에 있는 창고에 짐을 보관했던 것이 시초다. 이후 기업들도 산업용 기계와 도구를 보관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이후, 대형 보관시설들이 출현했고 리츠(REITs)와 같은 부동산투자펀드 주도로 셀프스토리지가 발달해왔다. 집이나 사무실과는 다르게 보관시설은 미개발지역에도 개발이 가능했기 때문에 상당한 개발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셀프스토리지 전문 중개회사인 스페어풋(Sparefoot)에 따르면, 미국 셀프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약 40조원이며 시설수는 2018년 기준 5만 2천여 개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세계 1위 셀프스토리지 기업 ‘퍼블릭스토리지(Public Storage)’의 성장은 셀프스토리지의 비즈니스 규모를 가늠하게 한다. 퍼블릭스토리지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미국 내 39개 주에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전역의 75%에 해당하는 수치다. 보관시설만도 2천 8백개가 넘어가고 임대 평수는 약 560만평에 달한다. 또 다른 셀프스토리지 기업인 유홀(U-Haul)도 1천 4백여개의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출처: 퍼블릭 스토리지
일본에서는 트렁크룸(Trunk Room)으로 통한다. 일본 셀프스토리지 시장 점유율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트렁크룸 기업 큐라즈(Quraz)는 현재 67개 점포에서 개인용 창고 유닛 4만개를 서비스하고 있다. 누적 고객은 18만 명이 넘는다. 헬로 스토리지(Hello Storage)의 경우 가정용과 기업용 창고 유닛을 합치면 9만 7천여개의 창고 유닛을 제공하고 있다.
큐라즈가 매년 실시하는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트렁크룸 시장 규모는 670억엔(약 6천400억원)으로 2008년 대비 2.4배 증가한 수치다. 2026년까지 1,000억엔(약 9천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셀프스토리지협회(SSAA)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 전역에서 약 1만4천개의 셀프스토리지가 운영 중이며 이는 일본 패밀리 레스토랑 점포수 1만305개 보다 많은 숫자다.※ 출처: 큐라즈(Quraz)
국내 개인 물품 보관 시장, 성장가능성 커
우리나라도 개인 물품을 보관하려는 수요가 점차 증가하며 공간 아웃소싱 산업의 성장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 셀프스토리지 시장에는 필자가 속한 미니창고 다락, 오호와 같은 국내 기업부터 엑스트라 스페이스와 같은 해외 기업이 진출해 보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존스랑라살(JLL) 한국법인이 발간한 ‘셀프스토리지, 새로운 공간의 창출’ 리서치를 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국내 200여개의 셀프스토리지가 운영 중인 것으로 집계했다. 미니창고 다락 자체 조사 데이터를 보더라도 2018년부터 국내 보관 시설수는 매년 2배씩 증가했으며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에는 500개가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1인가구 증가도 공간 산업과 궤를 같이 한다. 통계청 인구총조사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가구수는 2019년 약 614만명, 2020년 약 664만명에 이어 지난해 약 716만명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2020년 1인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은 약 13평으로 전체 가구 평균 주거면적 약 20평의 67% 수준이다. 1인가구의 50% 이상이 10평 대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주거 공간을 보다 넓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셀프스토리지와 같은 개인 보관시설을 필요로 하게 된다.
실제로 미니창고 다락의 경우 2021년 상반기 대비 2022년 상반기에 신규 계약 건수가 78%가량 증가했다. 주로 이사기간이 맞지 않아 이삿짐을 잠시 보관하거나 취미용품과 계절용품을 보관하기 위한 목적으로 셀프스토리지를 찾고 있다. 전체 이용 고객 중 1인가구가 46%로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고 연령대는 30대(35.9%), 20대(24.9%), 40대(24.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이용 비중이 2018년 14.6%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 여겨 볼만하다. 여기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리셀이나 팬덤 활동에도 보관 공간이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