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녹초될 때까지 매일 야근했는데…'가짜 노동'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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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2
가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자음과모음
416쪽│1만6800원
덴마크 인류학·철학자 공동 저술
"2000년엔 주 14시간 노동" 예측했지만
무의미한 회의·낡은 업무 방식 등으로
여전히 사람들은 장시간 업무 시달려
현장 목소리 통해 문제해결 방안 제시
회의 짧을수록 좋고, 관리자도 줄여야
유연한 고용시장 만들자는 제안도 내놔
![Getty Images Bank](https://img.hankyung.com/photo/202208/AA.3090779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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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출간된 <가짜 노동>은 ‘가짜 노동’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가짜 노동이란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다. 의미 없는 업무, 자기 발전이나 기업 혁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 등을 말한다. 빈둥거리는 것보다도 나쁘다. 시간을 소모하고 스트레스와 피로를 쌓는 ‘헛일’이어서다.
‘남에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일’도 가짜 노동을 늘린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듣는 회의, 프로젝터가 꺼지자마자 잊힐 프레젠테이션, 모든 것의 문서화, 근무 시간이 길어야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는 낡은 업무방식과 고정관념 등이 업무의 질을 떨어뜨린다. 책은 “일이 잘못되는 걸 막지 못하는 감시나 관리도 가짜 노동”이라고 꼬집는다.
고용시장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들자는 제안도 담았다. 단, “임시 프로젝트 노동자도 정규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책의 저자는 덴마크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철학자 아네르스 포그 옌센이다. 두 사람은 TV 프로그램에서 토론 맞수로 처음 대면했다. ‘지식 집약 노동 분야의 사람들이 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스웨덴 사회학자 롤란드 파울센의 논문을 두고 찬반 토론을 벌였다. 두 사람은 토론 이후 갈수록 상대의 주장을 곱씹게 되면서 함께 책까지 쓰게 됐다.정치적 입장이 전혀 다르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던 두 저자가 함께 쓴 책이라 노사 양측의 입장이 비교적 고르게 담겨 있다. 2018년 덴마크에서 출간됐을 당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추천 책으로 꼽아 크게 주목받았다. ‘가짜 노동’을 피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개개인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버트런드 러셀의 문장을 인용하며 끝을 맺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계가 발명되기 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총력을 기울여왔다. 어리석었지만 영원히 어리석게 지낼 이유는 없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