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장남 아니라도 부모 제사 주재자 될 수 있어"

장남이 아니어도 제사 주재자로 부모의 시신을 모셔갈 권리가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통상 종손이 제사 주재자로 인정돼 왔지만, 사회 인식이 바뀐 만큼 반드시 장남만이 제사를 주재할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임정엽 부장판사)는 모친의 시신을 인도해달라며 장남이 장례식장을 상대로 낸 유체동산 인도 단행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차남에게 시신을 인도하라고 12일 결정했다.

이들은 어머니가 올해 5월 사망한 뒤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장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이 때문에 발인이 중단됐고 시신은 장례식장에 안치된 상태로 있었다. 장남은 어머니의 시신을 모셔가게 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고 차남 등 다른 형제는 독립당사자로 소송에 참여했다.

장남은 "제사 주재자가 되므로 망인의 유체를 인도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고 차남은 자신이 제사 주재자가 돼야 한다고 맞섰다.

민법에 따르면 사람의 유체·유골은 제사를 모시는 사람에게 승계된다. 제사 주재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손(장자계의 남자 손으로서 적장자)이 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이지만 재판부는 "적장자가 우선 제사를 승계해야 한다는 관습은 상속인들의 자율적 의사를 무시하고 차별을 두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인에게 차남이 정한 장지에 묻히고 싶다는 의사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들어 제사 주재자를 차남으로 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