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저주?…탄핵 찬성 공화 의원들 '정치적 좌절' 이어져

10명 중 7명 불출마·경선패배·2명만 본선行…'정적' 체니 16일 운명의 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본선 진출권을 얻기 위한 당내 경선에서 연이어 탈락하며 공화당 지지층의 거센 역풍에 직면한 것이다.

민주당 주도의 하원이 작년 1월에 1·6 의사당 폭동사건에 대한 선동 책임을 물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할 때 찬성 표결한 공화당 의원은 197명 중 10명이었다.

이 탄핵안은 여야 동수인 상원에서는 부결됐다. 11일(현지시간)까지 이들 10명의 의원 중 7명은 올해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거나 못한다.

4명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3명이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결과다.

제이미 에레라 보이틀러(워싱턴) 의원은 지난 9일 치러진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에게 패배했다. 앞서 피터 마이어(미시간), 톰 라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을 받은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애덤 킨징어(뉴욕), 존 캣코(뉴욕), 프레드 업턴(미시간), 앤서니 곤살레스(오하이오) 의원 등 4명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탄핵 찬성으로 인해 공화당 지지층의 부정적 반응을 받은 것이 불출마 요인 중 하나라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경선을 통과해 본선 진출권을 따낸 의원은 댄 뉴하우스(워싱턴), 데이비드 발라데이오(캘리포니아) 의원 등 2명에 불과하다.

이 중 발라데이오 의원은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와 맞닥뜨리지 않은 경우다.
아직 경선을 치르지 않은 유일한 의원은 '트럼프의 정적' 리즈 체니(와이오밍) 의원이다.

체니 의원의 경선은 오는 16일 실시된다.

체니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부정' 주장을 강력히 비난해 당내 서열 3위인 의원총회 의장직에서도 쫓겨났을 정도로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소신파다.

하원에서 민주당 주도로 꾸려진 폭동 진상조사특위에 참여한 2명의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이자 이 특위의 부위원장까지 맡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전역의 경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자신의 인기를 이용했다"며 "특히 탄핵에 찬성한 공화당 의원을 제거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