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술대회] 무역수지 동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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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국경제신문 경제논술대회<무역수지 동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
대학부 대상
김승건 씨
1. 서론
우리나라 무역적자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을 벗어나 경제에 숨통이 좀 트이나 싶었는데 무역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심지어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2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무역액은 1조 달러가 넘었다. 세계에서 무역액이 1조 달러가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0개국에 불과하다. 무역은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지표다. 이에 본고는 최근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 살펴보고, 무역수지의 중요성을 고찰한 다음 무역수지 개선 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 본론
(1)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
첫째는 중국의 내수시장 강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25% 수준을 차지하며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에 크게 기여한 국가였다. 그러나 미·중 갈등을 계기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이 엄청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자국산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선언한 것이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를 자급자족하겠다며 수입 의존도를 줄여나갔다. 게다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침투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과거처럼 일방적인 흑자 구조를 낙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둘째로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의 급등이다. 지난 2년간 세계 각국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봉쇄 조치를 시행했는데, 이는 곧 노동비용과 물류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되면서 억눌렸던 소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생산활동의 기초가 되는 원자재와 에너지 비용은 당연히 수출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셋째로는 지속적인 고환율 추세도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이다. 원래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 기업으로서는 도움이 된다.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생겨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에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 탓에 엔화, 유로화의 가치도 동시에 하락했기 때문이다. 도리어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액이 늘어나는 역효과까지 우려된다. 무역수지 개선 방안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무역수지 적자 → 환율 상승 → 수출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2) 무역수지의 중요성
무역수지는 왜 중요한가. 무엇보다 외화 부족 사태를 막고 경기침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역 흑자가 필요하다. 무역수지는 경상수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무역수지 적자는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경상수지 가 적자라는 것은 벌어드린 외화보다 해외로 나간 외화가 더 많다는 말로, 외환의 감소는 자칫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 나라의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 경제활동이 위축된다. 외화 없이는 국제 거래를 할 수도 없고, 수출에 필요한 원자재를 사 올 수도 없다. 경제활동에 제약이 생기면 수출 기업을 포함한 여러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양산될 수 있다. 게다가 경기 침체는 외국 자본들의 탈출을 가속화해 금융시장까지 불안하게 만든다. 무역수지 동향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곧 경기 침체를 예방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무역수지가 흑자를 냈다고 해서 무조건 낙관해서는 안된다. 불황형 흑자가 대표적인 예다.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 수출액과 수입액이 동시에 줄어드는 데,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크게 감소하면 무역수지는 흑자가 난다. 반대로 수출 기업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본재 투자를 늘리면 단기적으론 무역수지 적자가 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키운다면 장차 더 큰 흑자를 낼 수도 있다. 따라서 무역 적자를 곧 경제 위기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무역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선 무역수지가 한국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3) 무역수지 개선 방안
무역수지를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중국의 내수시장 강화 전략에 맞서 기술 격차를 확대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배터리 부문에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전기자동차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 매장량이 전 세계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중국을 압도하는 혁신적 배터리 기술이 필요하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산 배터리를 살 수밖에 없게 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디스플레이, 조선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준 경험이 있다. 향후 불황이 닥쳐오더라도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을 획득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출을 유지하는 핵심이다.
다음으로 원자재 및 에너지 공급망의 다각화다. 원자재와 에너지를 특정 국가로부터만 수입한다면 가격이 상승했을 때 그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안정적인 공급경로를 확보해야 수입 물가 상승압력을 완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 수급을 해외에 크게 의존하고, 특히 희소자원은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어 그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국가들이 언제 무슨 이유로 수출을 제한할지 모른다. 선제적으로 여러 국가와 공급계약을 맺고 자원을 확보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 당국의 환율 정책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환율 안정화를 통해 수입 물가 부담을 해소하고 가파른 환율 상승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와 같은 시장 안정 조치가 시행되어야 한다. 미국이 빅스텝(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지속적인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스와프가 체결되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쇼크 당시 미국과 일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맺고 환율 불안을 해소했다. 다만 일시적인 스와프 체결이 아닌 상시적 관계를 맺어야 앞으로도 안정적인 무역수지 흐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3. 결론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매우 높다. 대외의존도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액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는 70% 안팎으로 미국과 일본의 2배에 달한다. 국민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무역수지 동향에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 민생 안정 도모를 위한 적극적 재정 지출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내는 ‘쌍둥이 적자’마저 우려된다. 어쩌면 2022년은 대한민국 경제 위기의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
위기를 막으려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중국의 성장 전략에 맞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초기술격차를 확대하고, 기업과 정부는 안정적인 공급망 경로를 구축해야 하며, 정부가 직접 나서 안정적인 무역수지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스와프 체결에 나서야 한다. 무역은 우리나라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작은 땅에서 시작한 한국이 GDP(국내총생산)가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나라로 성장한 배경에는 무역강국이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수출에 힘쓴 영향이 크다. 최근 무역적자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 더 큰 위험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무역이란 기둥이 든든해야 한국 경제가 더 뻗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