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오른 브라질·인도 펀드 수익률, 치고 나가던 중국은 ‘꼬르륵’

브라질, 인도 등에 투자하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펀드들이 자국 내 주식시장 급등 영향으로 최근 한 달간 고성과를 달성했다. 6월까지 질주를 이어가던 중국·중화권 펀드는 중국의 부동산 문제와 미·중 긴장 고조 등 국내외 상황이 맞물리면서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브라질·인도 펀드, 자국 내 증시 훈풍에 수익률 상승

1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역별 1개월 평균 펀드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9일 기준) 브라질에 투자한 펀드 수익률이 10.83%로 가장 높았다. 브라질은 에너지·농산물 주요 수출국으로 최근 유가 상승이나 곡물가 인상 등의 혜택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브라질 증시는 최근 한 달 동안 10% 넘게 상승했다.

브라질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증권모투자신탁'과 '미래에셋연금브라질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이 최근 한 달간 13.99%, 13.97%의 수익률을 보였다. 신한자산운용의 '신한브라질증권모투자신탁'(11.95%), 한화자산운용의 '한화브라질증권모투자신탁'(11.29%)도 같은 기간 동안 두 자릿수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고정석 신한자산운용 매니저는 "브라질 증시는 인플레이션 상승 둔화와 에너지 기업, 정보기술(IT)·금융 기업 등의 호실적 영향으로 최근 상승했다"면서도 "10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포퓰리즘 정책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는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도 꾸준한 수익을 올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7.47%로 신흥국 가운데는 브라질에 이은 2위, 글로벌 지역 가운데는 북미(8.85%)에 이은 3위였다. 인도펀드는 최근 1년간 8.73%의 수익률을 거두면서 해외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인도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의 경우 수익률이 16.20%에 달했으며, KB자산운용의 'KB인디아대표성장주증권모투자신탁'도 수익률이 8.62%였다.

인도 증시는 자국 화폐 가치의 폭락과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정부에서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제로(0) 코로나' 정책을 펼치면서 해외 자본이 중국 증시를 빠져나가면서 인도 증시가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진국 가운데 북미 펀드 외에도 일본 펀드(5.86%), 유럽 펀드(5.88%)도 안정적인 수익을 거뒀다. 일본 펀드의 경우 일본 정부의 저금리 기조 유지 정책과 맞물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최근 한 달 내에만 806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미·중 긴장감 고조에 中 수익률 폭락

미국과 중국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면서 중국 및 중화권 펀드의 수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양국의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북미 지역과 중국, 중화권 펀드의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최근 한 달간 중국 펀드의 수익률은 -6.40%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부양 정책을 쓰면서 6월까지 증시가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자국내에 부동산 침체와 미·중 갈등이라는 대내외적 불안 요소가 맞물리면서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화권 펀드의 수익률도 같은 기간 -12.34%로 뚝 떨어졌다.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29.79%로 고공 행진했지만 최근 중국 증시 침체의 영향을 받아 수익률이 대폭 줄었다.

낸시 펠로우 미국 하원의원의 대만을 방문한 것에 반발해 중국이 고강도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등 위기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두 지역에 대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북미 지역의 경우 최근 고수익률에도 불구하고 한 달간 608억원이 빠졌다. 중국과 중화권 역시 같은 기간 54억원, 488억원씩 펀드 투자금이 줄었다.

다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최근 중국 및 중화권 증시 하락은 투자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중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감안하면 증시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최근 갖은 악재에도 중국 기업들의 성장성이나 경쟁력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전망이 좋은 투자처로 판단한다"면서 "단기적으로도 코로나19의 미·중 갈등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드는 4분기부터는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