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령 바꾸고 당헌도 수정…민주 '文 지우기' 가속화?

'소주성' 빼고 文 혁신안도 바꿔…친문진영 반발
'친문→친명' 주류세력 재편 과정서 '예고된 갈등' 분석도
더불어민주당에서 때아닌 '문재인 지우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령·당헌 개정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친문(친문재인) 진영이나 비이재명계 등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성과를 지우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다.

일각에서는 당권 경쟁이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흐름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당의 주류가 친문에서 친명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이런 잡음이 불거지는 것은 예고됐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친문 인사들은 강령개정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오는 16일 전체 회의를 열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용어를 '포용 성장'으로 수정하고, '1가구 1주택'이란 표현은 실거주·실수요자를 반영하는 표현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 정책은 각각 문재인 정부의 경제와 주거 정책에서 핵심적 기조로 평가받는다.

전준위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며 "(1가구 1주택 문제 역시) 이제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당이 유연성을 발휘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난 정권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정책 방향을 모색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친문계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당한 평가라며 응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지우기 작업, 당장 멈추시라"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다운 민주당'이며 동시에 '새로운 민주당'"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은 통화에서 "강령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지만, 새로운 비전과 정책 노선도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괜히 손을 대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킨다"며 "이재명 의원이 당연히 당 대표가 될 텐데 (지금) 바꾸려고 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지우기'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전대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기소 시 당직정지' 내용을 담은 당헌 80조 개정 문제를 두고도 유사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조항이 지난 2015년 문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혁신안으로 의결한 조항이기 때문이다.

전준위는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현행 당헌 80조 1항을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사람의 당직을 정지한다'로 수정해 16일 의결할 전망이다.

이 의원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하는 박찬대 의원은 라디오에서 "야습하는, 기습하는 적에게 방어하지 말고 문을 열어주라는 것"이라며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고, 정청래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일개 검사에게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친문진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구상한 혁신안을 후퇴시키면서까지 이재명 의원에게 '방탄조끼'를 입혀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윤영찬 의원은 "우리 솔직해지자. 만일 박용진, 강훈식 당 대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면 개정 청원과 당내 논의가 있었을까"라며 "이래도 특정인을 위한 당의 헌법 개정이 아니라고 우기시려 하나"라고 비판했다. 다른 친문 의원 역시 "'이재명 사당화'로 가는 길"이라며 "국민들이 모두 이재명을 위한 규정이라고 생각하고 오해를 하는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지금 왜 개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