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동맹 끝장내자"…막가는 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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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서 "남조선은 美 추종세력" 北 선동 글 낭독하기도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광복절 연휴 첫날인 13일 서울 도심에서 한·미 동맹 파기를 요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 민주노총은 대한민국을 미국 추종 세력으로 비하하는 내용의 북한단체 연대사를 낭독해 상당한 파장이 일 전망이다. 여당은 “대한민국을 뒤흔들려는 세력의 숙주가 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연휴 첫날 숭례문서 6000명 모여
"尹세력, 광란적 침략 전쟁 연습"
"한·미 훈련, 나라 전쟁 빠뜨릴 것
노조 힘으로 동맹 파기" 주장도
권성동 "낡고 위험한 정치투쟁"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와 ‘광복 77주년 8·15 자주평화통일대회’를 잇따라 열었다. 경찰 추산 6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은 ‘한·미 동맹 파기’ ‘전쟁 훈련 중단’ 등의 피켓을 들고 한·미 동맹 해체를 촉구했다.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는 22일부터 예정된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언급하며 “이 나라를 전쟁의 화염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반도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노조의 힘으로 불평등한 한·미 동맹을 끝장내자”고 외쳤다.
이날 민주노총 측은 북한 단체가 보낸 연대사를 발표해 논란이 됐다. 오은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일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북한 노동자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조선직총) 중앙위원회가 보낸 글을 읽어 내려갔다. 조선직총은 연대사에서 “미국과 남조선의 윤석열 보수 집권 세력이 침략 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다”며 “노동자의 억센 기상과 투지로 미국과 그 추종 세력의 무분별한 전쟁 대결 광란을 저지하자”고 했다. 민주노총이 북한단체의 목소리를 빌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침략 전쟁 연습’으로, 대한민국을 미국 추종 세력으로 지칭한 셈이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서울역을 거쳐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까지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 시내에 극심한 차량 정체가 발생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SNS에선 “집회 때문에 용산부터 서울역까지 꽉 막혔다” 등의 불만 섞인 게시물이 넘쳐났다. 일부 버스정류장은 임시 폐쇄되기도 했다.국민의힘은 민주노총의 도심 집회에 대해 “시대착오적 정치투쟁을 멈추고,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라”며 맹공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4일 페이스북에 “외피만 노동자대회일 뿐 본질은 정치투쟁이고 반미투쟁”이라며 “민주노총은 1980년대 운동권의 망상처럼 대한민국이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라도 된다고 믿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처럼 대한민국을 뒤흔들어보려는 세력의 숙주가 돼서는 안 된다. 낡고 위험한 이념으로 정치투쟁을 계속한다면 국민적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이들도 민노총 비판에 가세했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 사회 ‘슈퍼갑’으로 변질된 민주노총은 이제 존재 자체가 국민 밉상이 됐다”며 “민주노총 집회는 마치 체제 전복을 위한 북한 노동당의 정치선동 집회를 보는 듯했다”고 썼다.안철수 의원도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한·미 연합훈련,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메시지를 담은 8·15 전국노동자대회 벽보를 공유한 뒤 “북한 선전매체를 꼭 빼닮은 포스터”라며 “노동조합이 아니라 정치운동 단체인가”라고 지적했다.
이광식/설지연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