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돌아온 '스타 매니저' 최웅필 "향후 수 년은 박스피…가치주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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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최웅필 에이펙스자산운용 대표
"박스피…중소형 가치주 유리한 시장"
"대형주 중에선 현대차 '원픽'…바이오주는 조심해야""10년 전보다 싼 주식이 널려있습니다. 금리가 높지만 지금도 두 배가량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자산군은 주식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최웅필 에이펙스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지난 10일 한국경제신문 마켓PRO와 만나 "박스피는 수년 지속되겠지만 2~3년이면 두 배 오를 주식들은 많아 보인다"며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KB밸류포커스펀드 등을 운용하며 '가치투자'로 이름을 떨친 '스타 펀드매니저'로 알려져 있다. KB자산운용에서 인마크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가 직접 운용사를 차려 독립한 그에게 최근 시장 상황에 관해 물었다. 에이펙스자산운용은 지난달 중순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식 자산운용업 인가를 받았다.
▷두 번째 독립입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저의 운용철학에 동의하는 고객들과 길게 함께 가고 싶었습니다. 인마크운용과는 뜻이 안 맞아 결별했지만, 그 신념은 유효했기 때문에 새로 독립하게 됐습니다. 최고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에이펙스자산운용'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투자하기 안 좋은 시기란 얘기도 많은데 부담은 없으신가요.
"시장 상황은 좋지 않지만, 밸류에이션이 워낙 낮아진 상태라 투자하기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10여년 전 KB자산운용에 둥지를 텄을 때보다 싼 주식이 많이 보일 정도입니다. 지수 자체도 매우 빠져있고 개별 주식으로 봐도 펀더멘털이 튼튼한 주식은 더 빠질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큰데 주식시장이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입장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원자재 가격도 많이 내리는 등 경기침체 우려는 이미 시장이 반영했다고 봅니다. 여기서 경기가 더 안 좋아진다면 흔들림은 있겠지만 금리 올라가는 추세가 꺾여 주식시장에 우호적일 수도 있겠지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 전반, 즉 지수가 이전처럼 3000을 뚫고 올라가긴 어렵다고 봅니다."
▷박스피(코스피 박스권)를 예상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얼마나 지속된다고 보십니까.
"향후 수년은 박스피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수가 오르려면 대형주가 움직이거나 중·소형주가 5~10배 올라 대형주로 올라와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삼성전자가 10만원을 회복한다든지 LG에너지솔루션이 50% 더 오른다든지의 시나리오는 상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박스피 시장에선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까요.
"중소형 가치주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봅니다. 박스피가 이어지면 종목들이 외부 변수에 흔들릴 리스크가 적어지므로 중소형 가치주가 수익률을 내기 좋은 상황이 됩니다. 실적이 받쳐주는 중소형 가치주에는 이미 시장이 반응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실적을 계속 증명해 나가는 중소형 가치주라면 구조적으로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유망하다고 보시는 업종이나 주식은 있으신가요.
"대형주 중에서는 현대차를 좋게 보고 있습니다. 배당도 하방을 받쳐주고 있는 상황인데다 전기차 사업 부문에서 실력을 입증하면서 성장 속도도 붙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중·소형주 중에서는 한 업종을 과점화하고 있는 종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판지회사라든지, 반도체 부품업체라든지 자세히 보면 과점을 통해 떼돈 버는 종목이 적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자체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당분간 모멘텀을 찾긴 어렵다고 봅니다.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19와 가상화폐 채굴 등 수요가 맞물려서 공급부족(쇼티지) 현상이 컸던 분야입니다. 반면 지금은 정보기술(IT) 수요가 많이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당분간은 안정적으로 돈은 벌겠지만, 주가는 오르기 쉽지 않다고 봅니다."▷반대로 전망이 나빠 보이는 업종을 꼽으신다면요.
"저는 바이오주는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바이오주가 경기와 무관한 성격을 띠다 보니 방어 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현재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든지, 기술수출(라이센스아웃)에 성공했다든지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회사가 많지 않습니다. 반면 2~3년 전 기업공개(IPO)를 한 바이오 회사 중에선 자금이 떨어져 가는 회사가 꽤 많습니다. 이들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시장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전환사채(CB)를 찍어서 CB를 갚는다거나, 혹은 증자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순환매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투자하기 어려워하는 개인투자자가 많습니다.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펀드매니저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시장이긴 합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다 보니 배당주도 배당수익률이 연 6% 이상 나오지 않으면 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기수익률에 집착해서 순환매 종목을 매번 따라붙었다간 수익률을 다 깎아 먹을 수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이 싸고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를 찾아 조금씩 사 모으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박스피에 성장주를 골라내는 건 생업이 있는 개인투자자가 하기 어려운 만큼 간접투자를 통해 투자하는 것을 권합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최웅필 에이펙스자산운용 대표
"박스피…중소형 가치주 유리한 시장"
"대형주 중에선 현대차 '원픽'…바이오주는 조심해야""10년 전보다 싼 주식이 널려있습니다. 금리가 높지만 지금도 두 배가량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자산군은 주식 외에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최웅필 에이펙스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지난 10일 한국경제신문 마켓PRO와 만나 "박스피는 수년 지속되겠지만 2~3년이면 두 배 오를 주식들은 많아 보인다"며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KB밸류포커스펀드 등을 운용하며 '가치투자'로 이름을 떨친 '스타 펀드매니저'로 알려져 있다. KB자산운용에서 인마크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가 직접 운용사를 차려 독립한 그에게 최근 시장 상황에 관해 물었다. 에이펙스자산운용은 지난달 중순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식 자산운용업 인가를 받았다.
▷두 번째 독립입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저의 운용철학에 동의하는 고객들과 길게 함께 가고 싶었습니다. 인마크운용과는 뜻이 안 맞아 결별했지만, 그 신념은 유효했기 때문에 새로 독립하게 됐습니다. 최고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에이펙스자산운용'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투자하기 안 좋은 시기란 얘기도 많은데 부담은 없으신가요.
"시장 상황은 좋지 않지만, 밸류에이션이 워낙 낮아진 상태라 투자하기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10여년 전 KB자산운용에 둥지를 텄을 때보다 싼 주식이 많이 보일 정도입니다. 지수 자체도 매우 빠져있고 개별 주식으로 봐도 펀더멘털이 튼튼한 주식은 더 빠질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큰데 주식시장이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입장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원자재 가격도 많이 내리는 등 경기침체 우려는 이미 시장이 반영했다고 봅니다. 여기서 경기가 더 안 좋아진다면 흔들림은 있겠지만 금리 올라가는 추세가 꺾여 주식시장에 우호적일 수도 있겠지요. 다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 전반, 즉 지수가 이전처럼 3000을 뚫고 올라가긴 어렵다고 봅니다."
▷박스피(코스피 박스권)를 예상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얼마나 지속된다고 보십니까.
"향후 수년은 박스피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수가 오르려면 대형주가 움직이거나 중·소형주가 5~10배 올라 대형주로 올라와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삼성전자가 10만원을 회복한다든지 LG에너지솔루션이 50% 더 오른다든지의 시나리오는 상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박스피 시장에선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까요.
"중소형 가치주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봅니다. 박스피가 이어지면 종목들이 외부 변수에 흔들릴 리스크가 적어지므로 중소형 가치주가 수익률을 내기 좋은 상황이 됩니다. 실적이 받쳐주는 중소형 가치주에는 이미 시장이 반응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실적을 계속 증명해 나가는 중소형 가치주라면 구조적으로 더 상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유망하다고 보시는 업종이나 주식은 있으신가요.
"대형주 중에서는 현대차를 좋게 보고 있습니다. 배당도 하방을 받쳐주고 있는 상황인데다 전기차 사업 부문에서 실력을 입증하면서 성장 속도도 붙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중·소형주 중에서는 한 업종을 과점화하고 있는 종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판지회사라든지, 반도체 부품업체라든지 자세히 보면 과점을 통해 떼돈 버는 종목이 적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 자체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당분간 모멘텀을 찾긴 어렵다고 봅니다.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19와 가상화폐 채굴 등 수요가 맞물려서 공급부족(쇼티지) 현상이 컸던 분야입니다. 반면 지금은 정보기술(IT) 수요가 많이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당분간은 안정적으로 돈은 벌겠지만, 주가는 오르기 쉽지 않다고 봅니다."▷반대로 전망이 나빠 보이는 업종을 꼽으신다면요.
"저는 바이오주는 조심해야 한다고 봅니다. 바이오주가 경기와 무관한 성격을 띠다 보니 방어 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현재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든지, 기술수출(라이센스아웃)에 성공했다든지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회사가 많지 않습니다. 반면 2~3년 전 기업공개(IPO)를 한 바이오 회사 중에선 자금이 떨어져 가는 회사가 꽤 많습니다. 이들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시장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전환사채(CB)를 찍어서 CB를 갚는다거나, 혹은 증자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순환매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투자하기 어려워하는 개인투자자가 많습니다.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펀드매니저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시장이긴 합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다 보니 배당주도 배당수익률이 연 6% 이상 나오지 않으면 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단기수익률에 집착해서 순환매 종목을 매번 따라붙었다간 수익률을 다 깎아 먹을 수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이 싸고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를 찾아 조금씩 사 모으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박스피에 성장주를 골라내는 건 생업이 있는 개인투자자가 하기 어려운 만큼 간접투자를 통해 투자하는 것을 권합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