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예고됐던 8월인데…이게 무슨 일이냐"

새 임대차법 영향으로 '전세대란' 예고됐지만…
수도권 전셋값, 40개월만 최대 낙폭

"월세로 수요 이전, 상생임대인제도 등 영향"
수도권 일부 지역, 입주물량으로 떨어지기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임대차 시장이 8월 들어서도 조용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당초 새 임대차법 영향으로 이달부터 전세대란이 벌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하향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집값 하락 기대감에 매맷값과 함께 뛰던 전셋값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수도권 전셋값은 40개월 만에 가장 많이 하락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 등으로 전세 수요 줄었고, 상생임대인제도 시행으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크게 조정하지 않는 점도 하락 배경으로 지목된다.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8일) 기준 수도권 전셋값 변동률은 전주보다 0.02%포인트 내린 0.09%로 집계됐다. 2019년 4월 넷째 주(22일) 이후 4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지역별로 서울 전셋값은 올해 들어 0.46% 내렸고, 경기는 0.83% 떨어졌다. 인천은 2.56% 급락했다.

'8월 전세대란' 우려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이달부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끝난 주택이 신규 임대차계약을 맺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이때 임대인이 4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받아 전셋값 폭등이 예상된다는 게 전세대란을 예상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전셋값은 하락하고 있다. 집값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셋값 또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달부터 전셋값이 치솟을 것이라는 등 대란이 예상됐지만 실제 시장은 조용한 편"이라며 "집값 하락 기대감이 커지면서 갭투자 수요도 줄고 있고 집값이 내리면서 전셋값도 덩달아 약세를 보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서울 한 은행 앞 전세자금대출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것도 이유다.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 등 월세를 낀 매물을 찾는 수요자가 늘었고, 시장에서의 매물도 전세 보다는 월세가 증가했다.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여력이 되면 전세 계약을 맺는 수요자들도 있지만, 대출 이자와 월세를 비교해보고 유리한 쪽을 택하는 수요자가 많아졌다"며 "여름 휴가철 이후 추석 연휴까진 조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생임대인제도가 도입된 점도 전셋값을 누르고 있다. 상생임대인제도는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를 5%로 올리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2년 거주)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이른바 ‘착한 임대인’에게 세금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지난 2일부터 시행됐다.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상생임대인제도가 도입되면서 전셋값을 크게 올리지 않고 비과세 혜택을 보려는 집주인들이 많이 늘었다"며 "제도가 시행되면서 전세시장에 미치는 자극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유리창에 전세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뉴스1
경기나 인천 등도 서울과 비슷한 이유에서 전셋값이 안정되고 있다. 다만 일부 지역에는 대규모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이달부터 연말까지 예정된 공급 물량은 5만1665가구, 인천에선 같은 기간 1만2823가구다. 서울(8158가구)을 크게 웃도는 공급량이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조정받는 상황에서 ‘공급 폭탄’이 떨어지다 보니 지역 전셋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생각보다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지 않고 있어 당분간 전셋값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수도권 집값 역시 하락세다. 수도권 집값은 올해 들어 0.81% 하락했다. 지난 1월 마지막 주(31일) 이후 28주 연속 내리고 있다. 서울은 0.51%, 경기는 0.92%, 인천은 1.05% 떨어졌다. 경기나 인천 등 일부 급등한 지역은 수억원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