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년] ⑦ "차이점 극복 가능한 다양한 공통분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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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후지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잠재력 있다"
"미중 갈등, 내년쯤이면 결빙이든 해빙이든 윤곽 드러날 것" "정치이념과 제도가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양국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고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
자오후지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30년간 엄청난 발전을 했고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갈수록 고조되는 미중 갈등이 내년쯤이면 결빙이든 해빙이든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공산당 고위 간부를 교육하는 중앙당교 교수로 재직해온 그는 중국공산당의 정치철학과 운영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음은 자오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 한중 수교 30주년이 갖는 역사적·외교적 의미는.
▲ 중국은 중한관계를 영원한 이웃(永遠的隣居), 헤어질 수 없는 이웃(搬不走的隣居), 떨어질 수 없는 협력 파트너(分不開的合作伙伴)라고 표현한다.
더불어 살 파트너라는 의미다.
양국이 1992년 냉전 구도 속에서 수교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념보다 국익과 민생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 아닌가.
중국도 톈안먼 사태로 경직된 대외 관계가 한국과 수교 이후 완화되기 시작했다.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외교의 핵심은 국익과 민생이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중한관계는 지난 30년간 엄청나게 발전했고,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
- 지난 30년을 평가하고 향후 한중 관계를 예상한다면.
▲ 양국은 정치이념과 제도가 다르고,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다.
같은 시장경제 체제지만 중국은 국영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문화적 차이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화적 차이는 아마 냉수를 마시는 한국인과 뜨거운 물을 좋아하는 중국인이라는 점이다.
서로 다른 두 나라가 어우러지려면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는데, 바로 디지털 시대를 언급하고 싶다.
디지털 문명을 이끄는 패러다임은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하는 복잡계 이론인데, 복잡계 이론과 유교 문화가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꽤 많다.
이런 측면에서 유교 문화가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양국이 공유하는 유교 문화는 디지털 시대 중한 관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치이념과 제도가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양국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고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 양국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
바람직한 양국 관계를 위해서는.
▲ 진지한 교류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울수록 오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적 왕래가 끊기고 언론은 상대국의 안 좋은 점만 보도한다.
신뢰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
양국의 전직 정치인, 지식인, 언론인, 경제인 등 민간으로 구성된 채널을 만들어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신뢰 관계를 쌓는다면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유학생을 민간 외교관으로 활용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유학생들이 폭넓고 깊이 있게 상대국을 이해한 뒤 귀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상대국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장점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한국의 효 문화나 가족 사랑 등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국도 아름다운 게 많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모든 사회 구성원이 목소리를 내면서 교류와 소통이 활발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해나 왜곡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사드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다.
▲ 사드 문제의 핵심은 양국이 사드를 보는 시각차다.
한국은 방어적 개념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중국 견제 일환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국의 시각 차이가 지나치게 큰 것 같다.
중국의 우려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이 문제를 갈등으로 이끌지, 해결할 수 있을지 달려 있다고 본다.
- 최근 진행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평가한다면.
▲ 윤석열 정부의 외교 방침이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
미국 주도의 가치 동맹 참여와 국익·민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려는 건지 모르겠다.
정치는 가치 기준이 명확해야 하지만 정책 목표도 뚜렷해야 한다.
특히 외교는 가치 이념과 국익·민생의 균형인데, 이 방침이 아직은 확실해 보이지 않는다. -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 수년 전부터 동북아시아가 냉전 구도로 가고 있다.
여기에는 중미 관계가 중요하다.
미국이 자국의 정치이념을 최고의 가치라고 판단하고 중국을 압박하면서 중미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쯤이면 현재 대립의 결과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미국의 중간선거, 중국의 20차 당대회 등 양국의 정치 이벤트가 있는 만큼 대결 구도의 결빙이든 해빙이든 동북아의 상황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다.
- 시진핑 주석의 답방(방한) 문제도 있다.
▲ 정권 차원에서 보면 방한이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답방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으니 방한이 맞는 것 아닌가(웃음).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울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적 가치를 굉장히 중요시 하는 것 같다.
현 정부의 대외정책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 북한 문제의 핵심은 비핵화와 정상 국가다.
북한이 비핵화를 실현해 내고 정상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북미 갈등이 너무 심하다.
제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데, 답답한 일이다.
한국에 보수 정권까지 들어서면서 남북 갈등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북한은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나라가 장거리 미사일까지 개발하고 있으니 재정이 버틸 수 있겠나.
북한이 기를 쓰고 미사일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는 국가안보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중시해야 한다.
- 대만 해협의 긴장 상황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까.
▲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세력을 막겠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군사훈련도 독립 세력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하지만 대만 경제는 중국을 떠날 수 없다. 중국이 경제와 함께 문화, 법치, 교육 등 모든 것이 발전하면 독립을 주장하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연합뉴스
"미중 갈등, 내년쯤이면 결빙이든 해빙이든 윤곽 드러날 것" "정치이념과 제도가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양국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고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
자오후지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한중 관계는 수교 이후 30년간 엄청난 발전을 했고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갈수록 고조되는 미중 갈등이 내년쯤이면 결빙이든 해빙이든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공산당 고위 간부를 교육하는 중앙당교 교수로 재직해온 그는 중국공산당의 정치철학과 운영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음은 자오 전 교수와의 일문일답.
- 한중 수교 30주년이 갖는 역사적·외교적 의미는.
▲ 중국은 중한관계를 영원한 이웃(永遠的隣居), 헤어질 수 없는 이웃(搬不走的隣居), 떨어질 수 없는 협력 파트너(分不開的合作伙伴)라고 표현한다.
더불어 살 파트너라는 의미다.
양국이 1992년 냉전 구도 속에서 수교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념보다 국익과 민생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 아닌가.
중국도 톈안먼 사태로 경직된 대외 관계가 한국과 수교 이후 완화되기 시작했다.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외교의 핵심은 국익과 민생이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중한관계는 지난 30년간 엄청나게 발전했고, 앞으로도 크게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
- 지난 30년을 평가하고 향후 한중 관계를 예상한다면.
▲ 양국은 정치이념과 제도가 다르고, 한국은 선진국이지만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다.
같은 시장경제 체제지만 중국은 국영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문화적 차이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화적 차이는 아마 냉수를 마시는 한국인과 뜨거운 물을 좋아하는 중국인이라는 점이다.
서로 다른 두 나라가 어우러지려면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는데, 바로 디지털 시대를 언급하고 싶다.
디지털 문명을 이끄는 패러다임은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하는 복잡계 이론인데, 복잡계 이론과 유교 문화가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 꽤 많다.
이런 측면에서 유교 문화가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양국이 공유하는 유교 문화는 디지털 시대 중한 관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치이념과 제도가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양국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고 차이점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 양국 국민감정이 좋지 않다.
바람직한 양국 관계를 위해서는.
▲ 진지한 교류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울수록 오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적 왕래가 끊기고 언론은 상대국의 안 좋은 점만 보도한다.
신뢰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
양국의 전직 정치인, 지식인, 언론인, 경제인 등 민간으로 구성된 채널을 만들어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신뢰 관계를 쌓는다면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유학생을 민간 외교관으로 활용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유학생들이 폭넓고 깊이 있게 상대국을 이해한 뒤 귀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상대국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만, 장점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한국의 효 문화나 가족 사랑 등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국도 아름다운 게 많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모든 사회 구성원이 목소리를 내면서 교류와 소통이 활발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해나 왜곡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사드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다.
▲ 사드 문제의 핵심은 양국이 사드를 보는 시각차다.
한국은 방어적 개념이라고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중국 견제 일환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양국의 시각 차이가 지나치게 큰 것 같다.
중국의 우려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이 문제를 갈등으로 이끌지, 해결할 수 있을지 달려 있다고 본다.
- 최근 진행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평가한다면.
▲ 윤석열 정부의 외교 방침이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
미국 주도의 가치 동맹 참여와 국익·민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려는 건지 모르겠다.
정치는 가치 기준이 명확해야 하지만 정책 목표도 뚜렷해야 한다.
특히 외교는 가치 이념과 국익·민생의 균형인데, 이 방침이 아직은 확실해 보이지 않는다. -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 수년 전부터 동북아시아가 냉전 구도로 가고 있다.
여기에는 중미 관계가 중요하다.
미국이 자국의 정치이념을 최고의 가치라고 판단하고 중국을 압박하면서 중미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쯤이면 현재 대립의 결과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미국의 중간선거, 중국의 20차 당대회 등 양국의 정치 이벤트가 있는 만큼 대결 구도의 결빙이든 해빙이든 동북아의 상황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다.
- 시진핑 주석의 답방(방한) 문제도 있다.
▲ 정권 차원에서 보면 방한이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답방이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으니 방한이 맞는 것 아닌가(웃음).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울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적 가치를 굉장히 중요시 하는 것 같다.
현 정부의 대외정책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 북한 문제의 핵심은 비핵화와 정상 국가다.
북한이 비핵화를 실현해 내고 정상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북미 갈등이 너무 심하다.
제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데, 답답한 일이다.
한국에 보수 정권까지 들어서면서 남북 갈등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북한은 생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나라가 장거리 미사일까지 개발하고 있으니 재정이 버틸 수 있겠나.
북한이 기를 쓰고 미사일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는 국가안보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중시해야 한다.
- 대만 해협의 긴장 상황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까.
▲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세력을 막겠다는 게 중국의 생각이다.
군사훈련도 독립 세력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하지만 대만 경제는 중국을 떠날 수 없다. 중국이 경제와 함께 문화, 법치, 교육 등 모든 것이 발전하면 독립을 주장하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