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가 기가 막혀"…대표 리스크로 몸살 앓는 與野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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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닮은꼴 위기’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보기에 불편하다. 이른바 ‘당 대표 리스크’다. 당을 정비하고 전략을 세워 국민 지지를 끌어내야 할 사령탑들이 오히려 분란의 불씨가 돼 당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가 이어지고 있다. 민생과 경제 위기 속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에 나서야 할 여야 정치권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으니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연일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기자회견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자기 정치’에 여념이 없다. 이 대표는 최근 한 방송에 나와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위기임에도 진단이 잘못됐다”며 “대통령실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시점에서 국민께 변화의 계기가 되는 시발점을 만들려면 전격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강도 높은 인적 쇄신도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이제 시작이다. 저희에게 주어진 책임을 완수한다는 건 지금이라도 이것이 처음의 ‘양머리’(羊頭) 모습대로 다시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13일 62분 동안 기자회견을 하고 ‘양두구육’ ‘나즈굴과 골룸’ 등 자극적인 말을 써가며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뛰었다”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 등 윤 대통령을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불태워버려야 한다” “파시스트 세계관을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당 대표가 자신의 당을 전면 부인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아 또다시 ‘내부 총질’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이준석이 중요한지, 문제 되는 인사가 더 중요한지 여론조사를 하면 8 대 2가 나올 것”이라는 등 자화자찬성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이 현재 대표의 돌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미래 대표’의 사법처리 리스크로 내홍에 빠졌다. 당 대표 경선에서 70%대의 득표율로 독주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은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및 변호사비 대납 문제 등에 휘말려 있다. 여기에 이 의원 부인인 김혜경 씨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그의 당 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당내 불안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이 의원이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개정에 대한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 ‘1인 사당화’ 논란도 불거졌다. 그는 얼마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당헌 개정 논란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검찰의 야당 탄압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개정 찬성 의견을 내비쳤다. 또 “여당일 때는 상관없는 조항인데 지금 야당이 됐는데 검찰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검찰의 지나친 권력 행사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은 민주당 청원게시판에 당헌 80조 개정 및 삭제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려 ‘이재명 지키기’에 나섰다. 당내에서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뒤 사법처리된다면 민주당이 입는 충격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당 대표 선출 투표율이 30%대로 낮은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 서민들은 고물가와 고유가, 고금리로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까지 다시 걱정해야 할 판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각종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수많은 약속을 했지만,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민생경제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여야가 매일 머리를 맞대고 경제 살리기 입법을 논의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권력 및 당권 다툼에 골몰하고 있으니 경제는 누가 챙길지 걱정이 앞선다.
국민이 정치권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이 국민을 걱정하고 보살피는 날이 오기는 할까. 지금이라도 여야 정치권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지원에 전력투구하지 않는다면 국민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건호 논설위원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연일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기자회견과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자기 정치’에 여념이 없다. 이 대표는 최근 한 방송에 나와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위기임에도 진단이 잘못됐다”며 “대통령실에 비상사태를 선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시점에서 국민께 변화의 계기가 되는 시발점을 만들려면 전격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강도 높은 인적 쇄신도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이제 시작이다. 저희에게 주어진 책임을 완수한다는 건 지금이라도 이것이 처음의 ‘양머리’(羊頭) 모습대로 다시 제대로 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13일 62분 동안 기자회견을 하고 ‘양두구육’ ‘나즈굴과 골룸’ 등 자극적인 말을 써가며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뛰었다” “대통령 지도력의 위기” 등 윤 대통령을 정면 겨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불태워버려야 한다” “파시스트 세계관을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당 대표가 자신의 당을 전면 부인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아 또다시 ‘내부 총질’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이준석이 중요한지, 문제 되는 인사가 더 중요한지 여론조사를 하면 8 대 2가 나올 것”이라는 등 자화자찬성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의힘이 현재 대표의 돌출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미래 대표’의 사법처리 리스크로 내홍에 빠졌다. 당 대표 경선에서 70%대의 득표율로 독주하고 있는 이재명 의원은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및 변호사비 대납 문제 등에 휘말려 있다. 여기에 이 의원 부인인 김혜경 씨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그의 당 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당내 불안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이 의원이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개정에 대한 찬성 의견을 밝히면서 ‘1인 사당화’ 논란도 불거졌다. 그는 얼마전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당헌 개정 논란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검찰의 야당 탄압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개정 찬성 의견을 내비쳤다. 또 “여당일 때는 상관없는 조항인데 지금 야당이 됐는데 검찰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검찰의 지나친 권력 행사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은 민주당 청원게시판에 당헌 80조 개정 및 삭제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려 ‘이재명 지키기’에 나섰다. 당내에서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뒤 사법처리된다면 민주당이 입는 충격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당 대표 선출 투표율이 30%대로 낮은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 서민들은 고물가와 고유가, 고금리로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까지 다시 걱정해야 할 판이다. 기업들은 여전히 각종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수많은 약속을 했지만,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민생경제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여야가 매일 머리를 맞대고 경제 살리기 입법을 논의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권력 및 당권 다툼에 골몰하고 있으니 경제는 누가 챙길지 걱정이 앞선다.
국민이 정치권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이 국민을 걱정하고 보살피는 날이 오기는 할까. 지금이라도 여야 정치권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지원에 전력투구하지 않는다면 국민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건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