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한국 수사당국에서 연락받은 적 없어"(종합)

"때가 되면 협조하겠다…가족 안전 우려해 싱가포르로 거처 옮겨"
공매도 촉발한 취약성에 "나 혼자 책임"…"큰 내기서 져"
가격 폭락으로 막대한 투자자 손실을 불러온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와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한 테라폼 랩스의 권도형 대표가 한국 수사당국과 연락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16일 가상화폐 전문 미디어 코이니지의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권 대표는 싱가포르 소재 자신의 자택과 사무실에서 이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권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있는지 묻는 말에 "그런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면서 "왜냐하면 우리는 수사관들과 연락한 적이 없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때가 되면 협조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한편, 향후 징역형 등 형사처벌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인생은 길다"는 답을 내놨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테라USD·루나 폭락사태 수사를 위해 테라폼 랩스의 관계 법인들, 관련 인물들의 자택, 가상자산 거래소 7곳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으로 권 대표와 테라폼 랩스 공동창립자인 신현성 티몬 이사회 공동의장 등의 거래 내역을 확보했다. 또 해외 체류 중인 권 대표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신 의장 등 핵심 관련자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자신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었으며, 지금과 같은 폭락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사실이 아닌 걸 알면서 사익 추구 등을 위해 사실이라고 주장하면 사기"라면서도 자신의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자신을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으로 꼽히는 테라노스 사건을 벌인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와 비교하는 데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은 UST와 루나에 대해 믿음이 있었고, 이들 코인은 폭락 직전까지는 작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돌이켜보면 매우 비이성적으로 보이지만 급격히 코인이 성장하던 당시 상황에서는 실패를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또 내부적으로 코인의 취약성을 이용해 이득을 취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언급은 삼갔다.

자신은 가상화폐 하락에 베팅하는 숏포지션을 잡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생긴 초반에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취약성이 알려지며 늘어난 공매도 양을 감당할 수 없었다면서 "공매도 세력이 이득을 봤을 약점들에 대해 나 혼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폭락 직전 평가가치액으로 따졌을 때 억만장자였을 것이란 말에 "물론"이라면서도 구체적 손실액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내 삶이었다.

큰 내기를 걸었고 진 것 같다"고 답했다.

테라 폭락 사태 이전에 싱가포르로 거처를 옮긴 데 대해서는 가족들의 안전을 우려해서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UST는 루나 발행량을 조절해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유지되도록 설계됐으며, 폭락 전인 4월 초까지만 해도 루나 코인의 시가총액은 410억달러(약 53조7천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5월 가격 폭락으로 이들 코인 가치는 사실상 휴짓조각으로 변했고, 전 세계 투자자들이 수십조원대의 큰 손실을 본 것은 물론 가상화폐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락했다.

앞서 권 대표는 6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는 폭락사태 당시 코인 재산을 거의 잃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 대표는 당시 폭락 전까지 평가액 기준 큰 부를 얻었던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그렇겠지만) 실제 세어본 적은 없다"고 말하는 한편,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