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차기 총리 "미·중, 몽유병처럼 충돌 가능성"

"의도치 않아도 오판·작은 사고로 상황 악화" 우려
싱가포르 차기 총리로 낙점된 로런스 웡(49) 부총리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대화를 촉구했다. 웡 부총리는 1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대만 인근에서 계속되는 중국의 군사 훈련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양국이 내리는 결정들이 우리를 점점 더 위험한 곳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몽유병 환자처럼 충돌에 이를 수 있다"며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이자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양국이 일부러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지 않을지라도 오판이나 작은 사고로 의도치 않게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을 몽유병에 빗대 표현한 셈이다.

웡 부총리는 2001년 중국 하이난섬 인근에서 미국 정찰기와 중국 제트기가 충돌하면서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된 사고를 예로 들면서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국 최고위급 지도부가 계속 관여해 논의해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현명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중국에 충돌을 피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왔다.

싱가포르는 미군에 군사시설 이용을 허용함으로써 군사적으로 미국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은 싱가포르의 가장 큰 교역국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이달 9일 국경절 연설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일 펠로시 의장에게도 "역내 평화와 안보에 미국과 중국의 안정적인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웡 부총리는 장기집권 중인 인민행동당(PAP)을 이끄는 젊은 정치 지도자들인 이른바 '4세대(4G) 그룹' 정치인 중 한 명으로, 리셴룽 총리가 지난 4월 후계자로 지목하면서 사실상 차기 총리로 내정됐다. 재무부 장관으로 일하던 그는 차기 총리로 낙점된 후 부총리를 겸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