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어떤 시를 읽을까? [작가의 책갈피]

이소연 시인의 추천 시집
이소연 시인이 최근 출간된 두 번째 시집 <거의 모든 기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근태기념도서관 제공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소개팅에서 괜히 묻는 게 아니다. 취향은 많은 것을 설명한다. 당신의 '인생 책'을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는 누군가를 만났다면, 그 사람은 당신과 비슷한 미적 감각이나 가치관을 가졌을 확률이 높다.

최근 <거의 모든 기쁨>을 출간한 이소연 시인은 "시를 보는 눈이 같은" 김은지 시인의 시집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를 즐겨 읽는 책으로 골랐다. 두 사람은 가까운 친구 사이이기도 하다.
2019년 걷는사람에서 출간된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에는 다정함이 묻어난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고맙게 발견하는 시들이 담겨 있다.

시집 제목을 따온 시 '고구마'에서 화자는 열 살 넘은, 병든 개가 자신의 이불을 덮고 자는 모습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는 말한다. "고구마와 고마워는/두 글자나 같네//말을 걸며/빈틈없이 이불을 꼭꼭 덮어질 수 있는//겨울 고마움"

이 시인은 "김은지 시인은 작은 말들을 운영해서 크게 마음을 감동시키는 시인"이라고 했다. 이어 "물론 저와 다른 점도 많지만, 저도 김은지 시인 같은 시를 쓰고 싶다"며 "그래서 친해지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게 된 건 비스와라 쉼보르스카의 시집 <끝과 시작>의 덕분이기도 하다. 이 시인은 "이 시집을 제가 좋아하는데, 김은지 시인도 좋아한다"며 "시를 보는 눈이 같다는 의미"라고 했다.

폴란드 여성 시인 쉼보르스카는 1996년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모차르트의 음악같이 잘 다듬어진 구조에, 베토벤의 음악처럼 냉철한 사유 속에서 뜨겁게 폭발하는 그 무엇을 겸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간결하고 절제된 표현, 그러나 풍부한 상징과 은유를 통해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