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볼드윈 총격, 누군가 방아쇠 당겼다"

영화 촬영 중 실탄 발사…촬영감독 사망
알렉 볼드윈 "방아쇠 안 당겼다" 주장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지난해 할리우드 배우 알렉 볼드윈의 촬영장 총격 사건에 대해 "누군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는 발사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15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은 FBI의 사고 현장 총기 분석 보고서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FBI의 이 같은 결론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는 볼드윈의 주장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지난해 10월 22일 뉴멕시코주 산타페이 남부의 한 목장에서 저예산 서부 영화 '러스트(Rust)'를 촬영 현장에서 소품용 총이 발사됐다. 공포탄이 아닌 실탄이 장전돼 있던 탓에 여성 촬영감독이 사망했다.

당시 볼드윈은 현장 조감독에게 문제의 총을 건네받을 때 '콜드건'이라는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콜드건은 미국 영화계에서 촬영용 공포탄으로 채워진 소품용 총을 뜻한다.

사고 이후 볼드윈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겨눈 채 방아쇠를 당길 리가 없다.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피해자인) 촬영감독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FBI의 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 볼드윈이 방아쇠를 당겼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게 됐지만, FBI는 "피해자를 해칠 명백한 동기가 없다는 점을 포함해, 모든 정보를 고려하면 이번 사망 사건은 사고로 분류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볼드윈 측 변호인은 성명을 통해 "FBI의 총기 시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험 당시 총기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고, 볼드윈은 세트장 안전책임자에게 '콜드건'이라는 설명을 들어 안전하다고 믿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촬영 세트장의 위험한 상황은 알지도 못했고, 그럴 권한도 없었다. 이런 사실을 이미 뉴멕시코 당국이 세 차례나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ABC 보도에 따르면 FBI는 영화 세트장에 실탄이 어떻게 전달됐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FBI는 당시 세트장 탄약상자에서 총기 관리자 1명의 지문만 확인됐다고 밝힌 상태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