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노동위 10주년…사회적 약자의 고통과 함께한 시간(종합)

비정규직·정리해고 노동자 연대활동…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촉구
출범 당시 승려 참여자 1명→올해 20명…"아직 할 일 많고 여전히 부족"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서 불평등과 혐오, 차별 등을 해소하는 활동을 펴온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오는 27일로 창립 10년을 맞는다. 17일 불교계에 따르면 2012년 8월 27일 설립된 사노위는 사회적 약자들과 고통을 분담하고, 그 고통을 없애는 일을 활동 목표로 삼아 왔다.

비정규직으로 노동 현장에서 차별받거나 정리 해고돼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임금 등 일터 문제를 해결하고자 장기 농성에 들어간 노동자까지. 사노위가 함께 해 온 농성 현장은 무수히 많다.

쌍용자동차, 파인텍,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해고된 KTX 여승무원들은 사노위 스님들이 기도를 올리고 여러 차례 오체투지(五體投地) 행진에 함께 했던 이들이다. 오체투지는 머리와 발끝이 모두 땅바닥에 닿도록 절을 하는 것을 말한다.

고통받는 노동자, 소외받는 이들과 끝까지 연대하며 함께하겠다는 사노위 스님들의 말없는 몸부림이기도 했다.
사노위는 충남 태안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용균 노동자,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문중원 기수, 사측과 갈등을 빚다 끝내 목숨을 버린 청주방송 이재학 PD 등의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사노위의 활동반경은 노동 현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과 3천배 기도를 올렸고, 세월호 인양과 미수습자 수습 촉구를 위해 오체투지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자 정부청사와 국회, 각 정당 당사 앞에서 28차례 격주 기도회에 나섰으나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밖에 성소수자와 이주노동자 권익 향상,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도 사노위가 관심을 두고 활동했던 이슈들이다.

사노위는 2012년 조계종 노동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했으나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진상규명 활동에 적극 결합하면서 사회노동위원회로 개명했다.

위원회 출범 초반 출가자(승려)는 도철스님 1명이 전부였으나, 세월호 참사 관련 활동에 연대하며 뜻을 함께하는 출가자가 7∼8명으로 불어났고, 10년을 맞은 올해 모두 20명의 출가자가 사노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노위 스님들은 종단 일각에서 '왜 스님이 데모하느냐', '너희 빨갱이냐', '비구니가 왜 밖으로 싸돌아다니냐' 등 험한 비난과 모욕을 받았다고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활동폭이 커지고, 갈등과 고통의 한복판에서 진정성을 갖고 문제해결에 나서는 모습이 주목받으며 오해는 많이 풀렸다.

사노위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았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고, 부족하다"면서 "언제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하는 사회노동위원회가 되겠다"고 활동 10년을 맞은 소감을 전했다.
사노위는 2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10주년 기념식을 연다.

행사에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등 불교계 주요 인사를 비롯해 그간 고통의 현장에서 함께 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KTX 승무원, 김용균 노동자를 비롯한 산재사망 노동자 가족,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100여명을 초청해 지난 10년 사노위 활동을 함께 돌아본다.

기념식에 앞서 오전 10시 30분에는 '사노위 10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세미나도 열어 사노위의 지난 활동을 살펴보고, 향후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24일부터 31일까지 기념관 1층 로비에서는 '거리의 목탁'을 주제로 사노위 사진전이 열린다. 조계종 사노위 활동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현장의 모습을 담았던 박승화, 이명익, 정택용 작가 등 전문 작가 3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