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빠질 때마다 사둬라"…'강추 종목' 베팅 1년 뒤 [마켓PRO]

국민연금도 손절한 롯데관광개발
종목 집중탐구

1년 전 강추 종목...수익률은 -35%

1년 전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자신 있게 종목 하나를 찍어줬다. 리오프닝 수혜주로 꼽히는 롯데관광개발이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만 다시 돌아오면 게임 끝"이라며 "주가가 빠질 때마다 사둘만 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1년 새 주가는 3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0.34%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다. 결정적인 키(key)를 쥐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코로나19 재확산에 가로막힌 탓. 리오프닝 최대 수혜주가 만년 기대주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성장 가능성에 비해 과도하게 주가가 하락한 '낙폭과대주'로 평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기대에 못 미친 실적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증권사도 있다. 환상의 섬 제주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올 날만 고대하고 있는 롯데관광개발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일까.

코로나19가 국내 증시를 강타한 이후 'V자 반등'을 이뤄내던 지난 2020년 7월 국민연금은 롯데관광개발 지분을 10.02%까지 확대했다. 최대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의 오너 김기병 회장에 이은 2대주주다. 당시 기관투자가들은 3주가량을 하루도 빼지 않고 줄곧 롯데관광개발 주식을 사모으며 눈길을 끌었다. 직전 해(2019년)에 16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기관들은 핑크빛 미래에 베팅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인 카지노를 갖춘 이곳에 외국인들이 들끓기 시작한다면 가파른 실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더해졌다.
2년이 흐른 지난달 25일 국민연금의 롯데관광개발 지분율이 6.17%로 낮아졌다는 사실이 공시됐다. 2년 만에 250만주를 팔아치웠다. 공시일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2년간 국민연금의 롯데관광개발 투자 수익률은 -30.70%다. 반면 국내 1위 사모운용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2020년 말 8.6%까지 확대했던 롯데관광개발 주식을 작년 4%까지 줄였다가 최근 57만주가량을 다시 매집하며 5.76%까지 지분율을 높였다. 1만1000원대까지 추락한 주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보고 추가 매수에 나선 셈이다. 그러는 사이 실적 회복을 오매불망 기다려온 개인투자자들은 '끝까지 믿는다'는 '신뢰파'와 '다시는 이런 주식 쳐다보지 않겠다'는 '손절파'로 나뉘었다.

환상의 섬에서 시작된 '드림'

투자자들을 애끓게 만들고 있는 롯데관광개발은 1971년 여행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여행을 비롯해 1974년 해외 여행으로 영역을 넓혔다. 여행알선, 항공권 판매대행 등이 주된 일이었다. 지난 2020년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개장, 호텔·카지노 비즈니스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제주 드림타워는 38층, 169m 높이로 제주에서 가장 높은 롯데시티호텔(89m)보다 2배가량 높고, 연면적은 여의도 63빌딩의 1.8배인 30만3,737㎡에 달한다. 제주도 안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인 하얏트그룹이 전체 1600객실 및 14개 레스토랑과 바, 8층 풀데크, 38층 전망대, 호텔부대시설 등을 '그랜드 하얏트 제주'로 운영하고 있다.

개장 첫해 코로나19로 해외 관광객의 방문길이 막혔지만 1년 새 130만 명이 드림타워를 찾아 국내 수요만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미크론 등 코로나 재확산에 또 한 차례 발목이 잡힌 롯데관광개발은 올 1월이 돼서야 1600객실 전체가 가동됐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유일 도심형 복합리조트의 잠재력은 이제 시작(상상인증권)',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다른 회사(유안타증권)', '2022년은 뿌린 만큼 거두는 수확의 해(SK증권)' 등의 보고서를 내놓으며 다시 한번 기대감을 높였다. 올 1분기 매출(431억원)과 영업이익(-272억원)이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았지만 '2분기부터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하나증권)', '가시밭길 종점이 온다(키움증권)' 등의 긍정적인 관측이 주를 이뤘다.

올 영업이익 전망 700억원 뚝↓

2분기 실적이 발표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KB증권은 '총력전을 펼쳐야 할 때'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2만3000원에서 1만8500원으로 20% 가까이 낮췄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올 4분기에서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도 431억원에서 -340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81억원, 영업손실은 289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못 미친 실적이었다.
올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의 65%가량이 호텔 사업에서 나온다. 주요 미래 먹거리인 카지노는 27%, 여행 사업 비중은 4%에 불과하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와야 흑자전환이 가능한 구조다. 이진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돈 주요한 원인은 제주공항의 국제선 노선 회복이 수도권에 비해 더딘 가운데, 호텔의 성과도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호텔 객실점유율(OCC)은 51.7% 수준에 그치며 당초 60%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 대비 아쉬웠는데 1,600개의 대규모 객실을 내국인 투숙객으로만 채우는 것이 녹록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롯데관광개발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면 여전히 달콤한 과실을 안겨줄 가능성이 충분한 종목이라고 보고 있다. 당장 급격한 반등을 이뤄내기 쉽지 않지만 호텔, 카지노를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득 채울 경우 기존과 다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6월 김포-하네다 노선이 재개 되자마자 파라다이스·GKL의 7월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한 것처럼 제주드림타워의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관광개발은 지난달 성수기가 포함된 3분기 매출 목표를 900억원으로 높여 잡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회사 측은 지난달 태국과 싱가포르 등에 이어 말레이시아와 대만의 직항 노선 재개가 예상되는 등 제주로 향하는 해외 하늘길이 차례로 열리면서 카지노 부문(드림타워 카지노)에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카지노 매출 역시 지난 2분기(153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한 360억원을 3분기에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제 장투 종목되나

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언제 살아날 지 모르는 여행·카지노 시장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좀처럼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으며 곳곳에서 주가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 장투 종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토지자산 재평가로 인해 자본잠식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흑자 전환 시점이 미뤄질 경우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총사업비만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드림타워를 짓는 과정에서 부채비율은 한 때 2300%까지 불어났었다. 이후 자산 재평가로 부채비율은 1358%에서 322%로 낮아진 상태다.

높은 공매도 잔고도 골칫거리다. 12일 기준 롯데관광개발의 공매도 잔고는 677억원으로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은 코스피 상장 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7.8%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이 기대에 부응할지 희망고문에 그칠지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언제 정상화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를 버텨낼 체력이 중요하다"며 "장기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낙폭과대주로 평가받고 있는 지금 투자를 고려해볼만 하지만 반등시점을 예측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롯데관광개발 프로필(8월17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1만1900원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343억원
목표주가: 2만3000원(6개월 전)→1만8500원(현재)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