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온에 해파리 극성…남해안은 지금 '해파리와의 전쟁'

어획량 감소에 조업 포기하기도…해수욕객 쏘임 피해도 속출
"바다에도 그물에도 흐물흐물한 해파리만 득시글…. 피해는 말할 것도 없어요. "
경남 고성군 앞바다에서 선박 자망어업으로 전어 등을 잡는 이영일(55) 씨는 18일 해파리로 인한 피해를 설명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10년째 고성군과 협업해 여름철 극성인 해파리를 거둬들이는 구제사업을 하고 있다.

고수온 여파로 연안을 떠도는 해파리 개체 수가 늘면서 조업일수는 갈수록 줄고, 해파리만 잡아내고 있다고 한다. 6월부터 그물에 턱턱 걸리며 조업을 방해하더니 지금은 잡히는 거라곤 해파리밖에 없는 상태다.

남해안은 전어가 제철을 맞았지만, 그물에는 전어 대신 흐물흐물한 해파리만 가득하다.

바다를 유영하는 해파리는 최대 200㎏까지 나가 그물을 찢는 피해를 준다. 작은 해파리도 떼를 지어 그물코에 뭉쳐 있으면 물고기가 그물 안으로 들어올 수 없어 어획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물 안에서 해파리 떼에 눌린 물고기가 호흡을 제대로 못 하거나 손상되면서 상품성에 영향을 주고, 해파리에 쏘인 물고기가 폐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애써 끌어올린 그물 안에 기대한 물고기 대신 해파리만 가득한 일이 반복되자 아예 조업을 포기한 어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름 바다를 찾은 해수욕객이 해파리의 습격을 받는 것도 문제다.

경남 대표 해수욕장인 남해 상주은모래비치 해수욕장에서는 지난주부터 해수욕객이 해파리에 쏘이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해안가까지 해파리가 몰려오면서 하루 20∼30건 해파리 쏘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해군은 쏘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수영 한계선 접근을 지양하고 피부를 가릴 수 있는 복장을 착용하라고 방송하고 있다.

남해군 관계자는 "수온이 상승하면서 해파리로 인한 피해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며 "인체에 치명적인 종은 아닌 것으로 확인돼 해파리에 쏘인 해수욕객에게 생리식염수 등 소독 처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전 해역에는 지난 6월 21일 보름달물해파리 주의 특보가 내려졌으며, 지난 9일에는 고수온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거제 연안에서 100㎡당 50마리 이상 노무라입깃해파리가 관찰됨에 따라 지난 16일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 특보도 내려졌다.
바다를 낀 각 지자체는 어민과 해수욕객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 운용하고 있다.

고성군은 조업 과정에서 잡히는 해파리를 1㎏당 300원에 사들이는 수매 사업으로 해파리 165t을 거둬들였다.

대량 출몰이 계속되자 현재는 어선 23척을 동원해 해파리를 제거하는 작업 중이다. 통영시도 어선 27척을 동원하고 해파리 수매 사업을 추진해 어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