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논란 털어낸 李, 호남 경선 앞두고 정중동…朴, 견제론 호소

이재명, 공개일정 자제하고 대의원 득표전…호남도 압승 기대
박용진, 반명 정서 호소 속 향후 전략 고심…"견제와 균형 필요"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이재명 박용진 후보(기호순)는 17일 당의 텃밭에서 벌어지는 '호남 대회전'을 앞두고 지지세 확산에 주력했다.3주차를 맞은 민주당 전당대회는 오는 20∼21일 전북과 광주·전남에서 순회경선을 치른다.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은 다수의 권리당원이 모여 있는 데다 남은 서울·경기 순회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표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앞선 2주간의 순회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세를 확인한 이 후보는 강훈식 후보의 사퇴 영향으로 권리당원 및 여론조사 득표율이 80% 언저리까지 뛰어오르며 사실상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으로 불리는 대세론을 굳힌 상태다.
이 후보 측은 호남에서도 '강한 민주당'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민심이 작용해 표를 몰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당내 지도력을 확실히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호남의 지지가 압도적일수록 좋다고 보고 긴장을 놓지 않은 채 총력 득표전을 펼치는 중이다.

이 후보는 이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13주기를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척한 길을 따라 저도 멈춤 없이 전진하겠다.거인의 삶에서 답을 찾겠다"고 존경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 후보는 공개 일정은 자제한 채 '정중동'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도 서울에 머물면서 대의원을 중심으로 비공개 접촉을 이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오는 28일 전당대회 때 공개되는 대의원 투표에서는 당내 반명(반이재명) 세력이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공략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대일 구도에서 '이재명 때리기'에 집중하는 박 후보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기소 시 당직 정지' 당헌을 유지하되 구제 조항을 일부 수정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에도 만족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재명계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이 후보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비대위가 지혜로운 결론을 냈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과 당의 혁신 방안을 앞세워 선거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일단 이 후보를 향한 비판을 이어가면서 호남 민심 공략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DJ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KBC 광주방송에서 인터뷰를 한다.

민주당 전·현직 보좌진 모임인 민동포럼에서 정견 발표도 할 예정이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경인방송 라디오에서는 현재 이 후보의 압도적인 득표율에 대해 "일종의 착시현상도 있다.

전체 권리당원의 73%가 아직 투표하지 않고 있다"며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려는 마음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차 당헌 개정 문제를 거론하며 "당 대표가 되려는 분이 계속 본인의 문제로 당을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의 거리감을 넓히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지난 두 번의 전국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분이 해명이나 반성 없이 더 많은 권한을 가져가겠다고 한다"고 이 후보를 비판했다.

다만 비대위의 절충안으로 당헌 개정 이슈의 파급력이 잦아들면서, 박 후보 입장에서는 이 후보와 향후 어떻게 차별화된 메시지를 계속 내놓을 것이냐는 부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일단은 당내 견제론에 호소하는 모습이다.

박 후보는 "8대2, 7대3, 이런 구도는 김대중 총재 시절에도 없던 것"이라며 "우리 당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원리를 구축하고, 그런 세력을 형성할 수 있도록 당원들이 힘을 몰아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어 "대세에 의해 결정되는 줄 알았던 당헌 개정 문제가 합리적으로 조정되고 견제로 바로잡히는 과정을 당원들도 봤을 것"이라며 "당 대표, 최고위원까지 독식하고 강령과 당헌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고 하다가) 한쪽 계파가 '꿩 먹고 알 먹고 국물까지 먹는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