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교도소 반쪽 이전이 웬말이냐"…주민들 '분통'
입력
수정
안양교도소 이전 놓고 지역사회 대립 격화경기 안양시와 법무부가 안양교도소 기능을 일부 이전하고, 기존 교도소 부지에 현대화한 교정·법무 시설물을 재건축하자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안양교도소를 없애기 보다는 '구치' 기능은 존치 시키는 안으로 평가된다. 20여년 넘게 안양지역의 기피, 혐오시설로 꼽혀온 교도소의 '완전한 이전'을 요구해온 안양시민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반쪽자리" vs "불가피한 조치"
법무부-안양시 간 '현대화 및 이전사업' 협약
주민들 "구치소 존치가 아니라 완전 이전이 해법"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최대호 안양시장은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안양법무시설 현대화 및 이전사업'에 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엔 '시설 현대화'와 '이전사업'이라는 모순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전사업은 형벌이 확정 된 기결수만 서울교도소 등 인근 교도소로 옮기겠다는 의미다. 시설 현대화란 교도소와 함께 있는 구치소를 최신 건물로 다시 짓겠다는 내용으로 '사실상의 재건축'이라는 평가가 지역사회에서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협약서에 문안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 사업의 추진 방식을 정하는 등 사업 전반을 관장한다. 안양시는 부지 (재)개발과 현대화 및 이전 추진 등을 실무를 맡는다.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원과 행정업무는 두 기관이 분담해 대응한다는 내용도 협약서에 담겼다.
기존 마포교도소가 이전해 1963년 개소한 안양교도소는 안양시의 가장 남쪽인 호계동 일대 39만㎡의 부지에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 건물로 꼽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형을 살았고, 현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있어 '대통령 교도소'라는 별칭도 있다. 동쪽으로는 의왕시, 남서쪽으로는 군포시와 접해 있다. 그런데 1992년 안양의 평촌신도시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재산권 침해'를 호소하는 주민 민원이 점차 늘었다. 교도소 이전이 지역 숙원으로 떠오르면서 선거철 마다 '이천 추진'이 공약으로 내걸렸다. 시민들이 앞장서고 시가 뒷받침하는 범시민 대회, 이전 촉구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법무부는 지난 2010년 현 위치에 교도소를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에 무산됐고, 안양시와 소송전까지 간 끝에 대법원은 2014년 최종적으로 법무부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안양시는 '완전이전'을 요구하며 재건축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때문에 안양도소의 시설은 더욱 노후화했고, 교정기능 저하, 수감자 인권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적정 수감인원(1700명)을 넘긴 2100명이 수감돼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최근에는 코로나19 집단발생 등의 문제도 빚어졌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날 수록 평촌 신도시와 인근 산본, 금정 등의 도시화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도시 한가운데 기피시설이 자리잡아 '집값'에 문제가 생긴데다, 자녀 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완전 이전'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호계동 일대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는 물론 호성중이나 모락고(의왕)에서도 교도소 내부가 훤히 보인다'며 불만을 나타내 왔다. 주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안양시가 이번 협약을 여론 수렴 절차 없이 '깜깜이'로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의 음경택 안양시의회 부의장은 "법무부가 꾸준히 리모델링을 추진했다는 건 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인데, 시는 협약을 며칠 앞두고서야 시의회에 협약 사실을 보고했다"고 꼬집했다. 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도 공약한 '안양교도소 이전'을 당내 협의나 시 당정협의도 없이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안양시는 이번 협약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010년에 이어 2018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당선된 최 시장은 교도소 부지를 자연, 생태, 문화, 교육 등 주제가 있는 테마공원과 융복합 문화시설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최 시장은 이날 "낙후된 안양교도소 부지를 시민 공간으로 돌려주기 위해 앞으로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이번 협약을 '반쪽이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호계동 주민 A씨(62)는 "남쪽의 모락산을 제외한 교도소 일대를 아파트가 빙 둘러싼 형국이 돼버렸다"며 "수십년간 고통을 참아온 주민의 요구를 시장이 한순간에 뒤집었다"고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반쪽짜리 이전을 위해 20년간 싸워온게 아니다'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개발 계획을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늦어지더라도 완전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체로 우세하지만, 안양시민들도 앞서 추진된 이전 후보지역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호계사거리 B공인중개소 대표는 "완전한 이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개발 계획을 듣고 필요한 행동을 취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안양=김대훈 기자/김진성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