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늘로 돌아간 90세 거미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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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올해 베를린 미술계의 최대 화제는 두 명의 여성 거장이다. ‘거미 여인’으로 불리며 현대미술계의 아이콘으로 남은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와 독일이 낳은 세계적 사진가 칸디다 회퍼(78)다. 부르주아는 베를린을 대표하는 역사적 미술관 그로피우스바우에서, 회퍼는 독일 사진박물관에서 각각 대규모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대를 산 노년의 여성과 현대미술을 사랑하는 애호가들로 연일 붐비고 있다.
베를린이 사랑한
두명의 예술거장
현대미술 아이콘 루이즈 부르주아
아버지 불륜 어머니 병사 등 겪으며
평생을 트라우마 극복 위해 작업해
바느질 하는 엄마를 거미로 형상화
70세때 주목받으며 99세까지 활동
미술관 '그로피우스바우'서 회고전

○가장 깊은 상처를 다시 꿰매다

전시장엔 유독 백발의 여성이 많았다. 동시대를 산 사람들의 연민과 회고가 교차하는 듯 보였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그는 가장 어두웠던 유년 시절로 다시 돌아갔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다시 꿰매고 자르면서 수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목발을 짚고 의족을 찬 남자, 붕대를 감고 키스하는 연인, 가슴에서 실을 뽑아내는 헝겊 인형, 어린 시절 살던 집에 걸린 잠옷, 속옷이 매달려 있는 동물의 뼈 등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과 화해의 과정이 끝까지 그의 잠재의식에 남아 있었다는 증거다.
○“거미는 엄마다. 나는 엄마다”
그의 손끝에서 촘촘하게 바느질된 헝겊들은 색색의 탑을 쌓기도 하고, 기하학적인 패턴을 만들어냈다. 키가 140㎝가 되지 않던 단신의 그는 평생 남성성에 대한 복수, 여성성에 대한 추앙을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위로했지만 페미니즘 작가로 불리는 것엔 극구 반대했다. 어떤 사상으로 묶이는 것도 거부했다.“나는 아는 것에 관해서 얘기할 뿐이다. 내가 여자기 때문에 여자를 이야기하는 것이지 ‘여성’을 위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늘 나 자신에 관해 이야기한다. 나에게 예술은 카타르시스다.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한 작업이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
베를린=김보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