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재고 잔뜩 쌓였다…삼성·SK·LG 재고 관리에 '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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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환경 불투명…일부 기업들 시설 투자 재검토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올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창고에 쌓인 재고마저 지난해 말보다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망 차질에 대비해 축적해온 재고가 최근 경기침체 우려와 수요부진 영향으로 급증한 탓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생산라인 가동률을 조정하며 재고 관리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전자 재고자산, 첫 50조원 돌파
19일 각 회사가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총액은 52조92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조778억원(26%)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30.7%↑)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TV·가전 사업들 담당하는 DX부문(21.3%↑), 디스플레이 부문(21.8%↑) 등 전체 사업 부문에서 재고자산이 대폭 증가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보유한 전체 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9.7%)보다 1.9%포인트 상승한 11.6%로 집계됐다.재고자산은 시중에 바로 팔 수 있는 상품 재고와 생산과정에 있는 반제품·재공품, 원재료 등으로 나뉘는데 삼성전자는 이 중에서도 상품 재고 증가율(43.1%)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작년 말 4.5회에서 올해 6월 말 4.0회로 낮아졌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출원가를 재고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이 보유한 재고자산을 판매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빠르게 매출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늘어난 것은 공급망 차질에 대비한 원재료 확보 움직임이 예년보다 적극적이었고, 이와 동시에 수요위축에 따라 TV와 스마트폰, 반도체 등 상품 재고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6월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 총액은 총 11조878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3.2%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작년 말 9.3%에서 6월 말 11.4%로 올랐고, 반대로 재고자산 회전율은 3.2회에서 2.7회로 떨어졌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재고 수준이 높아졌다며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TV용 패널 사업을 하는 LG디스플레이는 최근 글로벌 TV 수요 둔화와 중국 주요 도시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봉쇄 여파로 최근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재고가 적정량 이상으로 높아진 상황이다.
6월 말 기준 LG디스플레이의 재고자산은 작년 말보다 41.0% 증가한 4조7225억원이었고,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8.8%에서 12.3%로 늘었다. 재고가 쌓이면서 재고자산 회전율은 8.9회에서 5.4회로 떨어졌다. LG전자도 세탁기·냉장고 등을 담당하는 생활가전사업부와 TV사업부, 전장사업부 등 주요 사업부의 재고자산이 작년 말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라인 가동률 낮추며 조정 나서
이같이 경기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재고를 줄이지 못하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생산라인의 가동률을 낮추는 등 재고 정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삼성전자는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1분기 84.3%에서 2분기 63.7%로, 휴대폰 생산라인 가동률은 81.0%에서 70.2%로 각각 낮췄다. LG전자 역시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관리를 위해 냉장고(127%→119%)와 세탁기(99%→81%), 에어컨(129%→108%) 등 주요 생활가전 제품의 2분기 가동률을 전 분기보다 낮췄다.특히 LG전자의 TV 생산라인 가동률은 1분기 87.8%에서 2분기 72.5%로 대폭 낮아졌다. 가동률을 대폭 조정하면서 올해 2분기 LG전자 TV사업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7년 만에 분기 적자(189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분기 100% 가동률을 보였던 LG디스플레이 구미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의 가동률은 2분기에 97% 수준으로 내려왔다.
기업 경영 환경이 불투명해지면서 일부 업체는 신규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재고를 활용해 유연하게 제품을 공급하고, 단기 설비 투자 계획은 여기에 맞게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내년 시설 투자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이사회를 열고 충북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반도체 업황을 고려해 결정을 보류했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