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준정부기관 42곳 줄인다…경영평가 때 '재무 비중' 확대

공공기관 관리 개편 방안

'사회적 가치' 비중 줄여
경영효율성 평가에 중점

직무급제 도입 때 인센티브
예타 의무시행 요건 완화
공공기관 분류체계 개편

최상대 차관 "민영화 없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할 때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 비중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생산성 및 재무성과 지표 비중은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새 평가 방식은 내년 초 시행하는 올해 실적 평가부터 적용한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0)’ 등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공공기관 평가 기준을 대대적으로 바꾼 것을 원상회복시킨 셈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개혁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文정부 평가 방식 뒤집는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제10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 중 사회적 가치 구현 비중은 현재 25점(이하 공기업 기준)에서 15점으로 축소된다. 이 지표는 2017년까지만 해도 11점이었는데, 이후 꾸준히 비중이 확대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실적 등이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에 포함됐다.

노동·자본 생산성 및 재무성과 지표 비중은 현재 10점에서 20점으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8.5점이 배정된 ‘보수 및 복리후생관리’ 지표와 2점으로 정해진 ‘조직·인사관리’ 지표 비중도 더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또 개별 공공기관들이 마련하고 있는 혁신 계획을 얼마나 잘 수립했는지, 얼마나 잘 지키는지에 따라 최대 5점의 가산점을 부과한다. 자발적으로 개혁에 적극 동참하는 공공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인 지표는 다음달 최종 발표한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직무급제를 확산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직무급제 도입 수준이 높은 기관에 총인건비를 인상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연공서열 중심의 현행 인사 시스템은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결과다. 공공기관의 직급체계도 축소해 직무·보직 중심으로 조직체계를 전환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민영화 검토한 적 없다”

정부는 공공기관 유형별 지정 요건도 개선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은 크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나뉘는데, 공기업·준정부기관을 현재 130개에서 88개로 42개 줄이고 이들 기관을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사학연금공단, 언론진흥재단 등이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되는 곳은 기재부 경영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신 각 주무부처에 의해 기관평가를 받게 된다. 임원 임명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이 아니라 개별 법 또는 정관에 근거해 진행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당 공공기관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주무부처가 책임지고 관리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의 예비타당성조사 의무 시행 요건은 대폭 완화한다. 현재는 총사업비가 1000억원 이상이면서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500억원 이상 부담하는 사업에 대해 예타조사가 이뤄진다. 기재부는 이 요건을 총사업비 2000억원 이상이면서 기관·정부 부담액이 1000억원 이상인 경우로 조정했다. 공공기관의 사업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실적 상황을 반영하는 한편 대규모 사업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기재부는 변경된 제도를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하기 위해 올해 관련 시행령 개정 등의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일각에서 새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을 민영화와 연계지어 비판하고 있다”며 “정부는 (공공기관의) 민영화에 대해 검토한 적 없고, 앞으로도 검토하거나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