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넘치자 가동률 낮추는 삼성·LG…시설투자도 줄줄이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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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안 팔린다…대기업 올 상반기 재고자산 사상 최대삼성전자는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1분기 84.3%에서 2분기 63.7%로, 휴대폰 라인 가동률을 81.0%에서 70.2%로 낮췄다.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절벽’이 현실화하면서 가동률을 하향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기간 LG전자도 냉장고(127%→119%)와 세탁기(99%→81%), 에어컨(129%→108%) 등 생활가전 라인의 2분기 가동률을 전 분기보다 낮췄다.
6월 제조업 재고율 124% 넘어
삼성 재고자산 2분기 기준 52조
수요 둔화로 완제품 재고량 늘자
영상기기 공장가동률 84→63%
휴대폰도 81→70%로 낮춰
평가손실 급증에 실적도 타격
설비투자 축소→고용·소득 감소
소비까지 위축되는 악순환 우려
○외환위기 때 육박하는 재고율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은 124.6%로, 전월 대비 10.3%포인트 상승했다. 재고율은 기업 재고를 시장에 내다 판 제품의 양으로 나눈 값이다. 팔리지 않고 쌓인 재고가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5월 128.6%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8월(133.2%)에 육박한다.반도체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제조업 기업을 중심으로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재고자산은 52조9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조4998억원 증가했다. 이어 △포스코홀딩스(6조5357억원) △SK하이닉스(5조6520억원) △LG화학(4조3634억원) 등의 순으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30.7%)을 비롯해 스마트폰과 TV·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21.3%), 디스플레이 부문(21.8%) 등 전체 사업 부문에서 재고자산이 두루 증가했다.
재고자산은 시중에 바로 팔 수 있는 상품과 생산 과정에 있는 반제품·재공품 및 원재료로 구분된다.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제품이 팔리지 않고 쌓이거나, 원재료값 상승으로 이미 확보한 원자재의 재고 평가액이 늘어난 경우다.최근에 늘어난 재고 중 상당 부분이 상품 재고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제품과 원재료에 비해 상품 재고 증가율(43.1%)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시설투자 급감하나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 물량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의 관리·운영 비용이 늘고 있다. 재고 물량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재고자산평가손실도 증가한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올 2분기 1조9345억원으로, 전년 동기(5913억원) 대비 세 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통상 재고자산 평가 때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판매 시가) 중 낮은 금액으로 적용하는 저가법을 적용하는데, 그만큼 판매 시가가 낮아졌다는 뜻이다.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재고자산평가손실을 2분기 실적에 대거 반영하면서 이만큼의 영업이익이 장부상에서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은 11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에쓰오일 등도 재고자산평가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대폭 불어났다.경기 침체에 따른 재고 급증으로 기업들의 시설투자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기업들이 시설투자를 대폭 축소하면 고용·소득 감소에 이어 소비도 위축되는 등 경제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시설투자 규모는 20조2519억원으로, 전년 동기(23조3000억원) 대비 3조원가량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설비투자를 유연하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재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내년 시설투자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충북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반도체 업황을 고려해 결정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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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