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작은 실천이 청정 우도를…"동참하게 돼 뜻깊다"(종합)

인구·관광객 증가로 쓰레기 몸살 앓는 우도 청정 프로젝트
오영훈 지사 "도민·자연이 행복한 제주로 나가는 도전"

'우도의 자연과 해양자원을 보호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며 안전하게 여행하겠습니다. '
18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포항에서 우도로 향하는 도항선을 타기 전 관광객들이 청정 우도를 위한 실천 서약을 했다.

서약서에는 우도 해양도립공원을 보호하고, 플라스틱 페트병 수거에 동참하며, 다회용 컵을 사용해 일회용품을 줄이겠다는 다짐의 내용이 포함됐다. 누구나 조금만 신경 쓴다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소중한 약속을 담은 디지털(QR코드) 서약서다.

'섬 속의 섬' 우도에서 자원 순환 모델 구축을 위한 '청정 우도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우도면 주민자치위원회, SK텔레콤, 행복커넥트 등은 우도의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유두! 우도'(U-do! UDO)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유두! 우도'는 '당신의 실천이 청정 우도를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어 '우도에 왔다면 재활용과 재사용을 기억하세요'(Remember Recycle, Reuse)라는 메시지를 관광객에게 건넨다.
투명 페트병 수거기 사용을 통해 재활용을 돕고, 다회용 컵을 재사용하는 실천을 통해 '일회용 컵 없는 청정 우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투명 페트병 수거기는 압축 적재하는 방식으로 8분 만에 100개의 페트병을 처리, 800개까지 수거할 수 있는 기계다.

관광객은 그저 음료수를 마신 뒤 투명 페트병을 수거기에 넣기만 하면 된다.

이후 재활용 업체를 통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고품질의 우도 시그니처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재탄생된다.

수거기는 관광객 밀집 지역과 도항선 대합실 등에 설치·운영돼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우도 내 일회용 컵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다회용 컵 순환 시스템은 SK텔레콤, 행복커넥트가 함께 운영한다.

사용자는 커피 등 음료 다회용 컵 보증금 1천원을 지불하고 컵 이용 후 무인 반납기를 통해 반납하면 보증금을 환불받는다.

반납된 다회용 컵은 전문 세척장에서 7단계 안심 세척 공정을 통해 다시 카페로 재공급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우도 카페 9개소가 다회용 컵 제공 매장으로 처음 참여한다.

다회용 컵 무인 반납기는 참여 카페와 도항선 대합실 2개소 등 11개소에 설치됐다.

이번 청정 우도 프로젝트를 통해 관광객들은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청정 보존에 일조한다는 보람을 갖게 되고, 우도 주민들은 마을수익 창출과 쓰레기 감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도에 관광 온 한송이(28·서울) 씨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 왔는데 평소 가볍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번 기회에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동참하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우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찬희(54) 씨는 "평소 우리 매장에서 하루에 80ℓ 비닐 두 묶음 분량의 플라스틱 컵 쓰레기가 나온다"며 "우도에 있는 100개 넘는 카페에서 이만큼의 플라스틱 컵 쓰레기가 매일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너무나 엄청난 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청정 우도 프로젝트는 매우 좋은 시도라 생각한다.

손님들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저희 가게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전날 청정 우도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청정 제주의 가치 보존을 위해 '자원순환 사회 만들기'는 제주의 숙명이자 다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제주의 미래"라고 말했다.

오 지사는 "생활 쓰레기의 효율적 처리는 국민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해법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플라스틱 제로 아일랜드의 마중물로 도민과 자연이 행복한 제주로 나가는 담대한 도전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우도 10년 새 일반음식점 8배, 휴게음식점 41배 늘어
청정 우도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은 우도가 인구 증가와 관광객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2.9㎢) 면적의 배가 조금 넘는 6.18㎢ 면적의 우도는 인구감소로 애를 먹는 우리나라 대부분 부속 섬과는 다르다.

인구가 지난 2010년 1천585명에서 2013년 1천639명, 2015년 1천730명, 2017년 1천903명으로 늘었다.

다만 코로나19 등 여러 사정으로 지난해 1천721명으로 다소 감소했다.

관광객 역시 크게 늘었다.

2011년 88만5천487명이던 우도의 연간 관광객 수는 2012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 102만7천223명을 기록한 데 이어 2013년 125만7천98명, 2015년에는 205만7천39명으로 사상 처음 20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이후 연간 100만∼18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우도의 음식점 등록 현황을 보면 2012년 1월 기준 일반음식점 17곳, 휴게음식점 1곳에 불과했지만 2022년 7월 기준 일반음식점은 135곳, 휴게음식점은 41곳으로 각각 7.9배, 41배 늘었다.

인구와 관광객 증가로 교통이 혼잡해져 렌터카 차량 입도를 제한하고 우도 순환 전기버스를 도입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관광 성수기에 하루 5t, 비수기에 하루 3t의 쓰레기가 배출돼 소각장 용량을 초과하고 있고, 매립장 역시 포화해 쓰레기를 제주도 본섬으로 반출하는 실정이다.

현재 관광리조트와 박물관 및 대규모 카페가 새로 생겨나면서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우도는 어찌 보면 제주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과 일회용 컵 사용 제로를 위한 이번 프로젝트는 우도를 넘어 제주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