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돌수록 쌓이는 情…우리네 유쾌한 '돈'병상련 이야기

제8회 신한29초영화제…한경 공동 주최

616편 중 14편 수상작 선정
일반부 대상 장재원 감독
세뱃돈에 담긴 마음 재미있게 풀어

청소년부 대상 안서연·강보경 감독
여러 호칭 갖는 현대인 고충 그려
‘제8회 신한 29초영화제’가 1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렸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 주최 측 핵심 인사들이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축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설날 아침, 한 부부가 시부모님께 드릴 ‘명절 용돈’을 뽑지 못해 난처해한다. 그러다 시부모님이 손주에게 건넨 세뱃돈을 몰래 빼내 봉투 안에 넣는다. 그런데 이 돈은 모두 1000원권이었다. 봉투를 열어보고 황당해하는 시부모님. 하지만 부부는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요즘 현금 안 쓰시잖아요. 계좌로 입금해 드렸어요.” 현금을 인출하지 못한 위기 상황을 계좌이체로 자연스럽게 모면한 것이다. 남편은 위트 있게 행동한 아내에게 “사랑해”라고 한다. 그러자 아내는 나지막이 말한다. “조용히 해라. 급히 보내느라 ‘0’ 하나 더 붙였다.”장재원 감독이 ‘제8회 신한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영상 ‘뫼비우스의 돈’의 줄거리다. 이 작품은 1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세뱃돈에 담긴 가족 간 유대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영화제는 신한금융그룹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했다. 주제는 ‘나는 요즘 [ ]가 땡겨요’와 ‘29초 안에 돈으로 웃겨라’ 등 2개였다. 일상에서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에 관한 얘기를 자유롭게 풀어내거나 돈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이었다. 공모는 5월 23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진행됐다. 일반부 508편, 청소년부 96편, 홍보·NG·메이킹필름 12편 등 총 616편의 작품이 올랐다. 이 가운데 14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청소년부 대상은 매향여자정보고 안서연, 강보경 감독의 ‘나는 [이름]이 땡겨요’가 차지했다. 내용은 이렇다. 한 여학생은 하루 종일 다양한 호칭으로 불린다. 반장, 14번, 116번 손님, 딸 등이다. 그런데 정작 여학생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 하나 없다는 사실에 허전함을 느낀다. 그런데 저 멀리서 “보경아”라며 친구가 다가온다. 그러자 그는 활짝 웃어 보인다. 여러 호칭으로 불리지만 정작 이름으로 불릴 일이 많지 않은 현대인의 모습을 잘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제8회 신한 29초영화제’가 1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렸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 주최 측 핵심 인사들이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축하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일반부 최우수상은 ‘나는 요즘 [마침내 휴식]이 땡겨요’의 김용민 감독에게 돌아갔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형형색색의 쫄쫄이 의상을 입고 마스크를 쓴 히어로들이 코로나19와 싸운다. 그러다 이들에게 지령을 내리던 박사로부터 연락이 온다. “방역 레인저, 드디어 일상이 회복되었네. 다 자네들 덕이야.”

그러자 히어로는 안심하고 마스크를 벗는다. 그 순간 화면이 전환돼 병원을 비춘다. 열심히 싸우고 있던 히어로가 사실은 의사였던 것. 그는 “마침내 휴식이군요”라며 환히 웃는다. 이 작품은 모두가 바라는 코로나19 종식의 순간을 공상과학(SF)영화 느낌으로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의료진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한림연예예술고 최연지 감독의 ‘나는 요즘 효도…가 땡겨요’는 청소년부 최우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두 여학생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던 중 한 학생에게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온다. 그는 기뻐하며 친구에게 예전에 말했던 게임기를 팔라고 한다. 그렇게 둘만의 거래가 성사되는 순간, 황당한 일이 일어난다. 친구에게 송금하려던 돈을 실수로 엄마에게 보낸 것. 곧 엄마에게서 “딸 고마워”란 문자가 온다. 친구는 “이참에 효도한 셈 치라”며 위로한다. 이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송금 실수를 효도와 엮어 재미있게 풀어냈다.

이날 시상식엔 수상자와 가족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시상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이 맡았다. ‘한숨’ ‘Rose’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이하이도 참석해 축하 공연을 펼쳤다. 일반부 대상 1500만원을 포함해 총 3700만원이 상금으로 수여됐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