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우크라 방문에 시장 안도…밀 가격 7개월 만에 최저 [원자재 포커스]

밀 선물 가격 18일 749센트...전일 대비 4% 떨어져
FAO 7월 식품가격지수, 2008년 이후 최대폭 하락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 평년 대비 50% 수준으로
세계 주요 밀 산지인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밀 가격이 지난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쟁 이전 수준으로 식량 가격이 떨어지면서 세계 식량 공급 위기가 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12월물 선물 가격은 이날 부셸당 749센트를 기록했다. 전일 가격(780.5센트) 대비 4% 떨어졌다. 밀 선물 가격이 750센트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 1월 14일 이후 7개월여만이다. 이 선물 가격은 5월 중순 1277센트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합의에 의해서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밀 수출이 재개된 뒤 밀 가격이 줄곧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달 1~15일 우크라이나에서 밀 등 식료품을 싣고 출항한 선박은 21척에 달한다. 50만톤이 넘는 규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선적량은 평소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러시아의 침공과 기상 악화로 인해 확보가 어려워진 곡물 공급에 약간의 안도감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데사항에서 곡물 수출이 안정적으로 이어지자 세계 식량 공급 상황이 안정될 것이란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오데사항을 포함한 3개 항구를 통해 곡물을 수출 중이다. 유엔과 터키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곡물 공급 협정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터키가 우크라이나에서 출항한 선박을 검수해 화물을 확인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곡물 수출, 자포리자 원전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해 이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세계 식품 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하는 조짐을 봤다”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7월 식품가격지수는 9% 하락해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유엔은 곧 오데사항의 곡물 유통 현황도 직접 확인할 계획이다.
식자재 중개업체인 맥시그레인의 엘레나 네로바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가 전국 곡물 창고에 쌓여있던 곡물들을 풀면서 곡물 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다”며 “이제 관건은 위험 부담에 따른 추가 비용 없이 곡물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선주 등 물류 관계자들에게 확신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곡물 수출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전망도 밝아졌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의 2022~2023수확년도 곡물 수출량을 3040만톤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내놨던 전망치(2260만톤)보다 늘었다. 전쟁 전에는 매달 500만~600만톤이 수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쟁 중에도 곡물 수출량이 평년의 50% 수준으로 돌아온 셈이다.

러시아의 작황도 밀 가격에 하락 압박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밀 수확량이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여름 러시아의 기상 여건이 밀 농사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아서다. 다만 수출량 자체가 줄었다는 게 변수다. 식자재 리서치 업체인 소브에콘은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러시아의 밀 수출량을 580만톤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수치다. 일부 운송사들이 러시아산 식량을 공급하는 데에 부담을 느끼면서 수출량이 줄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