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는 싫다"…독창성 중시하는 청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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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훈·손준호·신찬호·김주현 등길거리 패션 전성시대를 이끄는 브랜드의 최고경영자(CEO)들에겐 비슷한 피가 흐른다. 우선 어리다. 20대에 창업해 30대 초·중반에 매출 100억~200억원대 브랜드를 키워낸 CEO가 상당수다. 지난달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국내 주요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대(48.3%)가 가장 많고, 40대(25.8%)가 뒤를 이은 점을 감안하면 10년 정도 빠른 속도다.
20대 창업, 30대에 매출 수백억
기업 규모보다 브랜드 색깔 중시
김병훈 APR 대표(34), 손준호 라퍼지스토어 대표(36), 신찬호 레이어 대표(37), 채명석 콘크리트웍스 대표(34), 김주현 노매뉴얼 대표(30) 등이 그렇다. ‘코드그라피’로 대박을 터뜨린 채명석 대표는 2020년 서울 마장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직원 수는 5명이 전부였다. 이 브랜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편한 옷을 선호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해 매출 15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5명으로 시작해 현재 직원 수는 50명으로 불어났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중반 동대문 전성시대를 일궜던 패션 벤처 선배들과 달리 자신들만의 독창성을 중시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집적된 공간에서 세계 어느 시장도 넘보기 힘든 초고속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엔 성공했지만, ‘짝퉁’ 판매에 만족하다가 몰락의 길을 걸은 ‘동대문 선배’들과는 다르다.
그런 만큼 이들은 기업 규모를 확장하는 것보다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는 의류를 생산해 내는 것을 우선시한다. 정대권 코드그라피 이사는 “요즘 인기를 끄는 길거리 패션에는 브랜딩이라는 요소가 필수적”이라며 “이 점이 개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에게 어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다만, 어린 나이에 빠르게 사업을 키우다 보니 성장통을 겪는 CEO들도 나오고 있다. ‘커버낫’이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2021년 입점했다가 올해 초 자리를 뺀 것은 길거리 패션이란 정체성에 혼란을 겪다 범한 시행착오란 평가를 받았다.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브랜드도 적지 않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