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보이저 형제'의 우주여행 4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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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먼 곳까지, 가장 오래 비행 중인 쌍둥이 우주탐사선 보이저호. 이들이 미국 플로리다 우주기지를 떠난 것은 1977년 늦여름이었다. 8월 20일 먼저 출발한 보이저 2호는 목성과 토성을 거쳐 천왕성, 명왕성까지 근접탐사했다. 현재 지구에서 약 195억㎞ 떨어진 곳을 시속 5만5000㎞로 항해 중이다.
보이저 1호는 시스템 문제로 보름 뒤에야 출발했지만 지름길을 이용해 보이저 2호보다 빨리 태양계 바깥으로 날아갔다. 지금은 약 234억8000만㎞ 거리에서 시속 6만1000㎞로 성간우주(항성과 항성 사이의 우주공간)를 헤쳐 나가고 있다. 인류가 만든 탐사선 중 성간우주에 들어선 것은 이들뿐이다.이들이 보여준 성과는 놀라웠다. 목성의 위성 ‘테베’ ‘메티스’ 등을 발견하고 ‘이오’에서는 용암이 300㎞나 흘러나오는 모습을 포착했다. 토성 대기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해왕성 위성의 거친 표면까지 촬영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지구의 모습을 담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1990년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아이디어로 보이저 1호가 약 60억㎞ 밖에서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포착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준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으로 꼽힌다.
‘보이저 형제’는 한때 시스템 노화로 ‘우주 미아’가 됐다가 긴급 재부팅으로 되살아나는 곡절을 겪었다. 앞으로 동력 소진으로 통신이 끊겨도 항해는 계속할 전망이다. 약 300년 후에는 ‘혜성들의 고향’인 오르트 구름 언저리에 닿고, 1만6700년 후에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 ‘프록시마 켄타우리’에 도착할 예정이다.외계인과 만날 수도 있을까. 이들이 품에 넣고 간 ‘황금 레코드판’에는 지구 생명과 문화의 다양성을 묘사한 55개 언어의 인사말과 이미지, 음악 등이 담겨 있다. 여러 편의 시도 들어 있다. 보들레르의 시구처럼 ‘태양도 지나고 창공도 지나/ 또다시 별나라 끝도 지나’ 우주의 심연으로 향하는 이들의 여정이 오늘로 만 45년, 1만6425일을 맞았다.
앞으로 45년 뒤에는 이들이 어느 별 사이를 지나고 있을까. 그때 아이들은 무슨 꿈을 꾸며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될까. 별똥별이 떨어지는 각도는 또 어떨까. 우주의 신비는 끝이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보이저 1호는 시스템 문제로 보름 뒤에야 출발했지만 지름길을 이용해 보이저 2호보다 빨리 태양계 바깥으로 날아갔다. 지금은 약 234억8000만㎞ 거리에서 시속 6만1000㎞로 성간우주(항성과 항성 사이의 우주공간)를 헤쳐 나가고 있다. 인류가 만든 탐사선 중 성간우주에 들어선 것은 이들뿐이다.이들이 보여준 성과는 놀라웠다. 목성의 위성 ‘테베’ ‘메티스’ 등을 발견하고 ‘이오’에서는 용암이 300㎞나 흘러나오는 모습을 포착했다. 토성 대기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밝혀냈다. 해왕성 위성의 거친 표면까지 촬영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지구의 모습을 담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다. 1990년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아이디어로 보이저 1호가 약 60억㎞ 밖에서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포착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준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으로 꼽힌다.
‘보이저 형제’는 한때 시스템 노화로 ‘우주 미아’가 됐다가 긴급 재부팅으로 되살아나는 곡절을 겪었다. 앞으로 동력 소진으로 통신이 끊겨도 항해는 계속할 전망이다. 약 300년 후에는 ‘혜성들의 고향’인 오르트 구름 언저리에 닿고, 1만6700년 후에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 ‘프록시마 켄타우리’에 도착할 예정이다.외계인과 만날 수도 있을까. 이들이 품에 넣고 간 ‘황금 레코드판’에는 지구 생명과 문화의 다양성을 묘사한 55개 언어의 인사말과 이미지, 음악 등이 담겨 있다. 여러 편의 시도 들어 있다. 보들레르의 시구처럼 ‘태양도 지나고 창공도 지나/ 또다시 별나라 끝도 지나’ 우주의 심연으로 향하는 이들의 여정이 오늘로 만 45년, 1만6425일을 맞았다.
앞으로 45년 뒤에는 이들이 어느 별 사이를 지나고 있을까. 그때 아이들은 무슨 꿈을 꾸며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될까. 별똥별이 떨어지는 각도는 또 어떨까. 우주의 신비는 끝이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