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000억…길거리 휩쓰는 '패션벤처'

스트리트 패션 전성시대

널디·커버낫·디스이즈네버댓
'메가브랜드' 등극 초읽기

개성 중시하는 MZ가 소비층
SNS로 반응 보고 주문 제작
바닥에 끌릴 정도로 통이 큰 바지와 박시한(품이 큰) 티셔츠, 푹 눌러 쓰는 힙합 모자…. 요즘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의류는 부모 세대가 2000년대 초반 고등·대학생 시절 즐겨 입던 옷과 비슷하다. 패션업계에선 이를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의미로 ‘스트리트(길거리) 패션’이라고 부른다. ‘널디’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등 부모들이 보기에 암호 같은 이름의 브랜드가 대기업 중심이던 패션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19일 패션·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각각 950억원과 9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널디(2017년 출시)와 커버낫(2008년)은 올해 길거리 패션의 ‘1000억 시대’를 열 주인공이 될 게 유력하다. 매출 1000억원은 패션업계에서 메가브랜드로 분류하는 기준이다. 삼성물산의 간판 격인 ‘구호’가 처음 메가브랜드가 되는 데엔 19년(1997~2016년)이 걸렸다.길거리 패션 브랜드의 활기 덕분에 올해 캐주얼 의류 시장은 17조5230억원에 달할 전망(한국섬유산업협회)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5.1% 불어난 규모다. 최근 1~2년 새 창업한 브랜드 가운데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브랜드가 즐비하다. 2020년에 나온 ‘코드그라피’는 지난해 매출 150억원 브랜드로 성장했다.

길거리 브랜드는 개성을 중시하는 1020세대가 주 소비층이다. 그런 만큼 SNS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필요한 만큼만 주문 제작하는 ‘게릴라전’으로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길거리 브랜드들은 벤처 정신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동대문 브랜드와 비슷하지만, 독창성을 중시하는 점에선 ‘짝퉁’에 경도했던 선배들과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대형 패션사들이 검증된 해외 브랜드 수입에 집중하는 와중에 개성 있는 자체 브랜드 육성에 천착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