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학자금대출 갚아주는 NC 택진이형…그런데 주가는? [황정수의 테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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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게임 출시 계속 연기네카라쿠배당토몰두센. 언뜻 들으면 불경 구절 같은 이 문구는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몰로코, 두나무, 센드버드의 앞글자를 딴 말입니다. 요즘 국내 개발자들이 선망하는 테크(tech)기업들을 뜻하는 말이죠.
주가도 하락 국면 맞아
"콘텐츠 수출 기업 위상 찾아야"
이들 테크기업들의 개발자 연봉은 대기업을 훌쩍 넘습니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인재들은 물론 실력 있는 대학 졸업생들이 판교로 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예컨대 쿠팡의 실력 좋은 개발자는 8~10년차가 2억원을 훌쩍 넘는 연봉(인센티브 등이 포함된 원천 기준)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학자금대출 상환 최대 1500만원 지원
지난해 초 개발자 영입 전쟁이 불붙으면서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연봉 인상에 나선 영향이 큽니다. 사실 개발자 연봉 인상 경쟁에 불을 붙인 곳은 테크기업이 아닌 게임업체들입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불을 당겼죠. 그러자 대형 게임사인 넥슨과 넷마블이 연봉 800만원, 엔씨소프트는 1000만~1300만원을 올렸습니다.게임사들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게임사들이 개발자 영입을 놓고 경쟁해야 했던 곳은 네이버, 카카오 등으로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쿠배당토몰두센 등이 성장하면서 개발자 수요가 커졌고 영입 경쟁이 치열해졌죠. '집토끼'인 기존 직원들을 지키고 실력 있는 신입사원들을 유치하기 위해선 연봉 인상 밖에 답이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사내 복지도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는 공채 및 수시채용(경력 2년 미만) '신입사원'에게 학자금 대출액 최대 1500만원을 회사가 갚아줍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지원금이 1000만원이었는데, 지난해부터 1500만원으로 올렸다고 합니다.엔씨소프트의 신입사원 초봉은 개발자 '5500만원+α'입니다. 여기에 학자금 지원액 1500만원을 더하면 7000만원 수준이 됩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의 학자금 대출 상환에 대한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업무 역량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김택진 대표의 뜻이 반영돼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 10년차 개발자 2억원…게임회사는 1억원
그래도 게임사들의 연봉 수준은 아직까지 '네카라쿠배당토몰두센' 같은 테크기업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컨대 개인의 업무 성과, 역량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엔씨소프트 직원 연봉은 개발 10년차가 넘어가면 계약연봉이 1억 언저리이고, 인센티브 등을 합치면 1억2000만~1억3000만원 정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2억원 넘게 받는 쿠팡 등과 차이가 크죠.복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사무실 출근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게임업체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대부분 사무실 출근을 시행 중인데, 게임 개발 및 테스트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옥에 병원, 마사지실, 대형 어린이집 등을 마련해놔도 '재택근무'의 장점을 못 이긴다는 평가가 나옵니다.뒤로 밀리는 게임 출시 일정…주가도 하락
게임에 대한 열정만으로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나고 있습니다. 게임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과 복지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시키려면 결국 '대작 게임'으로 성공하는 수 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개발자들의 혼을 담아 게임을 개발하고, 세계적으로 히트를 쳐야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인센티브 등의 형태로 테크기업을 뛰어 넘는 보상을 해줄 수 있겠죠.하지만 최근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모습을 보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맏형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인데요. 지난 12일 기대작 'TL(Throne and Liberty)' 출시 시점이 내년으로 밀리면서 주가도 7.5%(실적발표 전일 대비 현재) 떨어졌습니다. 요즘 네이버, 카카오가 웹툰 등을 앞세워 '콘텐츠 수출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원조 콘텐츠 수출 기업은 게임 회사들이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엔씨소프트, 넥슨 같은 게임회사들이 다시 한 번 세계적인 게임을 출시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