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低로 수익률 푸근…日 ETF·환테크 꽂힌 '일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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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일본증시, 투자 매력도'쑥쑥'
日, 확장적 통화정책
엔低가 증시 떠받쳐
日주식 담은 국내펀드
1개월 수익률 6%대
中·아태 펀드보다↑
엔화예금 55억弗 넘고
선물 상품 거래도 급증
환차익 노린 투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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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펀드 수익률 ‘튼튼’
지난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펀드는 총 32개다. 이 펀드들은 최근 1주일 평균 수익률 2.49%, 1개월 수익률 6.19%를 기록했다. 중국 펀드(0.22%, -4.74%)와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1.77%, 3.39%)보다 높다.일본 토픽스(TOPIX)지수 변동률을 3배로 추종하는 ‘KINDEX 일본TOPIX레버리지(H) 상장지수펀드(ETF)’는 1개월간 9.98%, 3개월간 12.67% 수익률을 보였다. 닛케이225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도 높은 수익을 냈다. ‘TIGER일본니케이225 ETF’는 1개월간 10.32%, 3개월간 6.62% 수익률을 기록했다. ‘KINDEX일본니케이225(H) ETF’도 같은 기간 8% 넘는 수익률을 냈다.일본 펀드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도 늘어나고 있다. 코스콤 정보 플랫폼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3개월(19일 기준) 동안 ‘TIGER일본니케이225 ETF’에 3081억원이 순유입됐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ETF 중 가장 액수가 크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TIGER 미국S&P500 ETF’ 순유입 액수(1375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유입 속도도 빠르다. TIGER일본니케이225 ETF는 순자산 35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국내 상장된 일본 투자 ETF 중 처음으로 순자산 1000억원을 넘긴 뒤 한 달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나홀로 버티는 日 증시
일본 펀드가 탄탄한 수익률을 내는 것은 일본 증시가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19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연초 대비 0.5% 상승했다.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가 같은 기간 각각 10.1%, 16.3%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세계 증시가 호황이었던 지난해 고점 대비 하락폭도 낮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지난해 9월 14일 최고점(30,795) 대비 하락률은 6.1%에 불과하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고점 대비 25% 떨어진 것과 다른 양상이다. 미국 S&P500지수도 최근 1년간 고점 대비 10%가량 떨어졌다.역대급 엔저 현상이 일본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109엔 정도였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139엔까지 올라갔다. 현재 엔·달러 환율도 지난해 9월 대비 24% 높은 135엔 정도다. 통상 엔저 현상은 일본 증시에 호재다. 수출 기업 비중이 높은 일본의 특성상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 매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경제 및 산업이 엔화 약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역사적으로 엔·달러 환율과 닛케이지수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일본 금융당국의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도 증시 하방선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국가들이 긴축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일본은행은 유동성을 여전히 풀고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 목표치도 0%로 설정했다.
엔화 투자도 인기
일본 증시뿐만 아니라 엔화에 투자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역사적인 수준으로 저렴해진 엔화를 미리 사놓았다가 향후 차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6월 국내 엔화예금은 55억3000만달러로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달러화, 유로화 등 다른 외화예금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엔화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도 관심을 끌고 있다. ‘TIGER엔선물 ETF’는 지난 5월 시가총액이 68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14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8월 9000주였던 하루평균 거래량도 이달 4만3000주로 크게 증가했다.
엔저 현상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일본 증시 호조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일본 증시 역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기조 및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에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본 증시의 ‘상대적 강세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