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공백' 뒤엔…턱없이 부족한 국제조세전문가

처참한 韓 기재부 전담조직

인력 일본의 절반도 안되고
그나마 1~2년마다 부서 '뺑뺑이'
변화무쌍한 조세환경 대응 못해
BEPS(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 입법 공백이 발생한 데에는 정부 내 국제조세 인력 부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BEPS뿐만 아니라 디지털세, 국제 탈세 등 국제조세 이슈가 확대되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관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 내 국제조세 관련 업무는 세제실 국제조세제도과와 신국제조세규범과, 국제조세협력팀 등 총 2과1팀이 맡고 있다. 전체 인력은 15명 안팎으로, 100여 명인 세제실 전체 인력의 15% 정도다.이 중 디지털세를 담당하는 신국제조세규범과는 관련 논의가 국제사회에서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신설한 조직이다. 디지털세를 포함한 새로운 국제조세 기준 수립이 주 업무로, 2024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과가 신설됐지만 기존 조직인 국제조세제도과가 둘로 쪼개지기만 했을 뿐, 전체 인력 증원은 없었다.

현재의 인력과 조직으론 국제 조세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는 예전부터 정부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국제조세협회에 따르면 일본은 재무성 내 국제조세총괄국을 두고 총 35명의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독일은 연방 재무부 내 국제조세국에서 50여 명이 국제조세 정책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은 특유의 ‘순환보직’ 문화로 1~2년마다 담당자가 바뀌면서 전문성 확보도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해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인력난을 호소하기도 했다. 고 실장은 “다른 나라들의 대표는 모두 프랑스 파리에 가서 디지털세 회의에 직접 참석하는데 한국은 화상으로 가까스로 참여했다”며 인력 부족으로 국제조세 관련 대응이 어렵다고 했다.정부와 달리 세무를 다루는 민간 업체들은 국제조세 인력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최근 국세청과 기재부 출신 전문가 30여 명으로 구성된 ‘신 국제조세 연구소’를 설립했다.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 등 국제조세 분야 베테랑들이 참여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