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새 놀이기구까지 운행 중 급정지…탑승객 도보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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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가 지난 6월 29일 운행을 시작한 새 놀이기구 '레고 팩토리 어드벤처 라이드(사진)'가 29일 오후 운행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멈춰섰다. 운행 중인 놀이기구에 탑승하던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놀이기구에 약 5분여간 갇혀있다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밖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레고랜드 관계자들은 어떤 설명도 없이 밖으로 나가라는 안내만 했다. 기자가 이날 가족과 함께 레고랜드를 찾았다가 직접 겪은 일이다.
지금까지 레고랜드 관할 지자체인 춘천시가 파악하고 있는 레고랜드의 놀이기구 멈춤 사고는 개장 이후 롤러코스터 멈춤 4건, 지난 7월 21일 타워 전망대가 중간에 멈춘 사고 1건이다. 여기에 가장 최근에 운행을 시작한 놀이기구까지 방문객이 많은 주말에 멈춰서면서 기록을 더했다.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의 경우 손님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사전에 짜인 경로로 안전한 장소까지 안내한다. 직원이 손님들을 줄 세워서 출구까지 안전하게 안내하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탑승객에게 그날 사용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줄을 안 서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티켓)을 제공한다.
미국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매직킹덤 같은 경우에는 그 시간에 줄에서 대기하고 있던 손님들에게도 패스트트랙을 제공한다. 심지어 그 시간에 패스트트랙을 모바일 등으로 예약했던 손님들에게도 추가의 패스트트랙 예약권을 부여한다.첫째는 안전이지만 그 다음으론 테마파크를 찾은 방문객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세계적인 테마파크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 태도다. 하지만 세계적인 테마파크 브랜드라고 자칭하는 레고랜드의 대응 매뉴얼은 이 같은 디테일은 전혀 갖춰놓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5차례 방문하는 내내 레고랜드 곳곳에서 세계적인 테마파크와 걸맞지 않은 서비스와 시설 부족이 눈에 띄었다. 주변에서도 한번은 가보겠지만 그 돈 주고 더 가고 싶진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우선 비용 문제가 크다. 레고랜드는 현재 토요일 기준 입장료가 성인 1명당 5만7000원. 만 3~12세는 1인당 4만7000원이다. 다른 테마파크와 달리 카드 등 할인 혜택이 한정적이라, 사실상 명시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다. 성인 2명, 어린이 2명의 4인 가족이 레고랜드를 토요일에 방문한다고 하면 입장료만 20만8000원이 든다. 여기에 주차비를 따로 받는다. 올해 6월까진 1만8000원이지만 주차료가 비싸단 항의를 받고 그나마 1만2000원으로 내렸다. 이를 더하면 일단 레고랜드에 차를 세우고 입장만 하더라도 22만원이 필요하다.
물론 입장료는 테마파크가 정할 문제다. 세계 1위 테마파크인 미국 디즈니월드의 매직킹덤 입장료는 1인당 110달러(어린이 104달러), 주차비는 25달러다. 같은 4인 가족 기준 453달러, 약 60만원이 넘는다. 문제는 22만원이냐 60만원이냐가 아니라, 테마파크를 찾은 이에게 그만한 값어치를 제공하느냐다.
이날 방문한 레고랜드도 마찬가지였다. 정문 직원들은 힘없는 목소리로 관람객을 맞았다. 레고랜드 기차를 타면서 중간중간 건널목에 서 있는 직원들은 찌푸린 얼굴로 맥없이 '레고랜드식 인사'를 했다. 그나마 일부는 레고랜드 인사마저 하지 않았다.
기념품점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 바빴고, 어트랙션 직원들도 웃는 얼굴로 응대하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더운 날씨 때문이라고 하지만, 테마파크의 분위기마저 처지게 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유일하게 소방차로 불을 끄는 놀이기구인 '파이어 아카데미' 직원만이 직업 정신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었다.
'시티 레스토랑'에서 파는 돈가스는 식은 채 딱딱한 상태로 제공됐고 다른 음식들의 맛은 여전히 기대 이하였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 국내 테마파크의 음식 수준보다 떨어진다는 게 지금까지 대다수 방문객의 평가다. 쉴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개장 이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무더위 여름이지만 실내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은 식당이 전부였다. 정문에 있는 카페조차 야외에 테이블을 내놨고, 누구도 이용하지 않았다. 레고랜드 곳곳에 식재된 나무들은 아직 너무 어려서, 아무런 그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건물의 작은 그늘만이 유일한 쉼터였다. 곳곳에서 더위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부모와 아이들이 보였다. 그늘 쉼터마저 확보해두지 않은 레고랜드 측의 무성의함에 실망감만 커졌다. 곳곳에 그늘쉼터와 냉풍기를 설치해둔 에버랜드와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실망은 관람객 수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레고랜드는 일요일이지만 인기 놀이기구의 대기시간이 30분 남짓이었다. 대다수 놀이기구는 대기 없이 탑승할 수 있었다. 주차장도 한산했다. 넓은 주차장에 차 있는 곳보단 빈 공간이 훨씬 많았다. 레고랜드 협력사 관계자는 "관람객 수가 급감했는데 더운 날씨 탓만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레고랜드는 다른 데 더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부턴 패스트트랙을 세 가지로 나눠서 팔기 시작했다. 놀이기구를 빨리 타는 방법마저도 3가지로 나눠서 선택하란 식이다. 기존의 패스트트랙은 1인당 12만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선택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개선할지보다 어떻게 하면 재무적으로 손익 분기점을 맞출지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한 테마파크 관계자는 "레고랜드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방식을 보면, 한국 소비자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며 "이런 식이면 1년에 방문객이 많은 몇 달만 운영하는 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업계 일각에선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기자가 탄 놀이기구 멈췄다
레고랜드 팩토리 어드벤처 라이드는 탑승객이 직접 레고 공장에 들어가 레고로 변한다는 설정의 놀이기구다. 움직이는 탑승체를 타지만 바닥에 별도의 길이 보이지 않는 트랙리스(Trackless) 놀이기구다. 트랙리스 라이드는 국내 최초다. 이 놀이기구 자체가 아시아에 있는 레고랜드 중 최초로 도입됐다. 레고랜드의 가장 상징적인 놀이기구라 할 수 있다.지난 6월 말 운행을 시작해 2개월도 안 된 새 놀이기구가 운행 중 멈춘 건 지난 29일 오후 4시경. 운행 중 갑자기 모든 조명이 켜지더니,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안내 멘트와 함께, 약 5분 뒤 직원들이 라이드에 와 탑승객을 내리도록 했다.기자와 아내 그리고 4살 아들 등 총 3명은 그렇게 출구로 안내받았다. 어떤 설명도, 놀이기구를 타기까지 기다렸던 시간과 설렘에 대한 어떤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후로 놀이기구는 수시간 운행을 하지 못했다. 수많은 방문객이 입구에서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지금까지 레고랜드 관할 지자체인 춘천시가 파악하고 있는 레고랜드의 놀이기구 멈춤 사고는 개장 이후 롤러코스터 멈춤 4건, 지난 7월 21일 타워 전망대가 중간에 멈춘 사고 1건이다. 여기에 가장 최근에 운행을 시작한 놀이기구까지 방문객이 많은 주말에 멈춰서면서 기록을 더했다.
◆레고랜드의 이상한 매뉴얼
물론 레고랜드가 도입한 트랙리스 놀이기구는 바닥에 있는 센서가 예민하기 때문에 작은 오류에도 운행이 자동 중단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대형 테마파크에서도 빈번하게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테마파크들은 운행 중이던 놀이기구가 멈췄을 때 고객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놓고 있다.예를 들어 디즈니랜드의 경우 손님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사전에 짜인 경로로 안전한 장소까지 안내한다. 직원이 손님들을 줄 세워서 출구까지 안전하게 안내하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탑승객에게 그날 사용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줄을 안 서고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티켓)을 제공한다.
미국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매직킹덤 같은 경우에는 그 시간에 줄에서 대기하고 있던 손님들에게도 패스트트랙을 제공한다. 심지어 그 시간에 패스트트랙을 모바일 등으로 예약했던 손님들에게도 추가의 패스트트랙 예약권을 부여한다.첫째는 안전이지만 그 다음으론 테마파크를 찾은 방문객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세계적인 테마파크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 태도다. 하지만 세계적인 테마파크 브랜드라고 자칭하는 레고랜드의 대응 매뉴얼은 이 같은 디테일은 전혀 갖춰놓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문제 너무 많이 보이는 레고랜드
이번 사건은 레고랜드 코리아의 운영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자는 레고랜드가 지난해 한정 판매한 한정판 연간회원권 '퍼스트 투 플레이(First to Play)' 보유자다. 그동안 레고랜드를 5차례 방문했다. 기자는 해외 테마파크는 물론 국내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 등을 연간 총 40회 가까이 다니는 테마파크 마니아다.5차례 방문하는 내내 레고랜드 곳곳에서 세계적인 테마파크와 걸맞지 않은 서비스와 시설 부족이 눈에 띄었다. 주변에서도 한번은 가보겠지만 그 돈 주고 더 가고 싶진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우선 비용 문제가 크다. 레고랜드는 현재 토요일 기준 입장료가 성인 1명당 5만7000원. 만 3~12세는 1인당 4만7000원이다. 다른 테마파크와 달리 카드 등 할인 혜택이 한정적이라, 사실상 명시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일반적이다. 성인 2명, 어린이 2명의 4인 가족이 레고랜드를 토요일에 방문한다고 하면 입장료만 20만8000원이 든다. 여기에 주차비를 따로 받는다. 올해 6월까진 1만8000원이지만 주차료가 비싸단 항의를 받고 그나마 1만2000원으로 내렸다. 이를 더하면 일단 레고랜드에 차를 세우고 입장만 하더라도 22만원이 필요하다.
물론 입장료는 테마파크가 정할 문제다. 세계 1위 테마파크인 미국 디즈니월드의 매직킹덤 입장료는 1인당 110달러(어린이 104달러), 주차비는 25달러다. 같은 4인 가족 기준 453달러, 약 60만원이 넘는다. 문제는 22만원이냐 60만원이냐가 아니라, 테마파크를 찾은 이에게 그만한 값어치를 제공하느냐다.
◆"쉴 공간도 그늘도 없다"
레고랜드를 방문해본 이들은 비싸다는 지적 외에도 '스릴 있는 놀이기구가 적다', '쉴 공간이 부족하다', '그늘이 없다', '놀이기구 운용이 비효율적이라 대기가 길다', '직원들이 불친절하다', '식당 음식 맛이 없다'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고객센터 연결이 안 된다'는 불만도 있다.이날 방문한 레고랜드도 마찬가지였다. 정문 직원들은 힘없는 목소리로 관람객을 맞았다. 레고랜드 기차를 타면서 중간중간 건널목에 서 있는 직원들은 찌푸린 얼굴로 맥없이 '레고랜드식 인사'를 했다. 그나마 일부는 레고랜드 인사마저 하지 않았다.
기념품점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기 바빴고, 어트랙션 직원들도 웃는 얼굴로 응대하는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더운 날씨 때문이라고 하지만, 테마파크의 분위기마저 처지게 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유일하게 소방차로 불을 끄는 놀이기구인 '파이어 아카데미' 직원만이 직업 정신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었다.
'시티 레스토랑'에서 파는 돈가스는 식은 채 딱딱한 상태로 제공됐고 다른 음식들의 맛은 여전히 기대 이하였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등 국내 테마파크의 음식 수준보다 떨어진다는 게 지금까지 대다수 방문객의 평가다. 쉴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개장 이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무더위 여름이지만 실내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은 식당이 전부였다. 정문에 있는 카페조차 야외에 테이블을 내놨고, 누구도 이용하지 않았다. 레고랜드 곳곳에 식재된 나무들은 아직 너무 어려서, 아무런 그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건물의 작은 그늘만이 유일한 쉼터였다. 곳곳에서 더위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부모와 아이들이 보였다. 그늘 쉼터마저 확보해두지 않은 레고랜드 측의 무성의함에 실망감만 커졌다. 곳곳에 그늘쉼터와 냉풍기를 설치해둔 에버랜드와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실망은 관람객 수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레고랜드는 일요일이지만 인기 놀이기구의 대기시간이 30분 남짓이었다. 대다수 놀이기구는 대기 없이 탑승할 수 있었다. 주차장도 한산했다. 넓은 주차장에 차 있는 곳보단 빈 공간이 훨씬 많았다. 레고랜드 협력사 관계자는 "관람객 수가 급감했는데 더운 날씨 탓만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레고랜드는 다른 데 더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부턴 패스트트랙을 세 가지로 나눠서 팔기 시작했다. 놀이기구를 빨리 타는 방법마저도 3가지로 나눠서 선택하란 식이다. 기존의 패스트트랙은 1인당 12만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선택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개선할지보다 어떻게 하면 재무적으로 손익 분기점을 맞출지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한 테마파크 관계자는 "레고랜드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방식을 보면, 한국 소비자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며 "이런 식이면 1년에 방문객이 많은 몇 달만 운영하는 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업계 일각에선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