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이민섭 부회장 5개월만에 대표 복귀, EDGC에 무슨 일이

신상철 전 대표 사임에 경영 복귀
사임은 대주주와 이견 때문으로 알려져
유전체분석 기반 진단업체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의 공동 창업자인 이민섭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지 5개월 만에 경영 전면에 복귀했다.

상장 기업의 창업자가 정식 이사회를 거쳐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복귀하는 사례는 드물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 부회장은 영업 총괄인 조성민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로서 EDGC를 이끌게 됐다.

이 부회장은 연초까지만 해도 조 대표가 아닌 전문경영인인 신상철 전(前) 대표와 호흡을 맞춰 오랜 기간 EDGC를 이끌어왔다. 삼성증권 투자은행(IB)본부 출신의 신 대표가 이사회 의장과 경영 총괄을 맡고, 이 부회장이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했다.

이 부회장은 올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고, 조성민 대표가 신규 선임됐다. 신 전 대표는 기존대로 경영 전반을 맡고, 조 대표가 영업 총괄, 이 부회장은 대표직을 내려놓는 대신 R&D 총괄을 이어가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신상철-이민섭' 각자 대표 체제가 '신상철-조성민' 대표 체제로 바뀐 것이다. 새로운 경영 체제가 자리를 잡는 듯했지만, 길지 않았다.

이달 17일 신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돌연 사임하고, 그 자리를 이 부회장이 다시 메우자 그 배경에 업계의 궁금증이 커졌다. EDGC는 신 전 대표 사임에 대해 "일신상의 사유"라고 했다.

신 대표의 갑작스런 사임에는 전문경영인인 신 대표와 최대주주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 이사진 간 자금조달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EDGC는 최근 주가하락 국면에서 자금 수요가 커졌다. 주가가 하락하자 투자자들로부터 전환사채(CB) 조기상환을 요구받아, 세 차례 만기 전 CB를 상환했다.

지난 2월 40억원, 5월 1597만원에 이어 이달에는 121억원을 일부 상환했다. 작년 말 185억원이던 EDGC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6 말월 기준 44억원(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급격히 줄었다.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신 전 대표가 내민 카드는 중동 및 중국 자금 유치였다. 하지만 이 방식이 대주주의 심기를 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한 관계자는 "신 전 대표가 단순 투자(FI) 유치가 아닌 전략적 투자(SI)를 유치하려고 하자 대주주 측이 불편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I 투자자를 상대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하면, 지분 구도에 변화가 생겨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DGC는 이민섭 부회장이 창업한 미국 다이애그노믹스와 이원의료재단이 합작해 세운 회사다.

지난해 작고한 이철옥 전 이원의료재단 이사장의 부인 임경숙 씨가 지분 12.0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이원생명과학연구원은 2.75%를 보유하고 있다.

이민섭 부회장(3.08%)과 다이애그노믹스(4.47%)는 7.55%를 보유 중이다. 임경숙 씨와 이 부회장 측의 지분을 합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25%다.

신 전 대표가 외부 SI 투자 유치를 추진하자 EDGC 이사회는 급기야 신 대표 해임을 위한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가 개최 직전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신 전 대표가 표면적으로는 '사임'했지만, 사실상 해임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역시 갈등이 '봉합'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신 전 대표의 거취가 '해임'이 아닌 '사임'으로 결론난 데는 지난해 주총 때 이뤄진 정관 변경 규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DGC는 2021년 주총 때 이사회 이사가 임기 중 본인의 의사에 반해 해임되면 대표이사의 경우 퇴직 보상액으로 50억원을 지급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황금 낙하산' 조항이다. 신 전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지만, 사내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EDGC 내에서 신 전 대표의 역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신 전 대표의 전문성을 살려 회사에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역할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이와 별개로 이 부회장과 최대주주는 보유 지분 일부를 시간외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이후 이 자금을 EDGC에 대여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