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중진협의체' 반대나선 野 강경파…"이재명 지도부 패싱 구상"

민형배 "李 지도부 영향력 줄 것"
김용민 "민주주의에 맞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만찬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진하기로 뜻을 모은 ‘여야 중진협의체’ 구상에 야권 강경파가 반대에 나섰다. 곧 출범이 유력한 ‘이재명 지도부’를 우회해 여야 중진들이 윤 대통령과 야합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22일 자신의 SNS에 올린 <‘여야중진협의체’? ‘낄끼빠빠’라는 말 모르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여야중진협의체’ 논의, 당장 중단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 연합뉴스
앞서 윤 대통령과 김 의장은 지난 19일 만찬 회동에서 김 의장이 제안한 여야 중진협의체 구상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 의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선 “원칙적 대상은 4선 이상으로 하되 처음에는 5선부터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민 의원은 “얻을 수 있는 ‘시민의 이익’도 ‘야당의 이익’도 없다”며 “주말 지나면서 암만 톺아봐도 손해만 보는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민 의원은 중진협의체가 어떤 민주적 설치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중진협의체가 당 지도부를 대신해 어떤 ‘결정’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지도부와 중진협의체 속 민주당 중진 간 의견이 충돌한다면 당연히 지도부 의견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이어 “중진협의체가 가동된다면 민주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곧 새로 들어서는 ‘이재명 지도부’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이라고도 했다.

민 의원은 “결국 국힘과 윤석열에게만 좋은 일 하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중진협의체는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국정운영 권한도 없이 책임만 나눠질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꼽았다. 민 의원은 “지금 윤석열 정부와 국힘은 대통령 역할도 여당 역할도 영판 못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온전히 뒤집어써야 할 무능의 책임을 민주당에 분담시킬 절호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민 의원은 “이런 여야 중진들이 ‘상원 노릇’하겠다는 중진협의체의 실체, 눈 밝은 우리 시민들께서 금세 아신다”며 “명분도 실익도 전혀 없는 ‘끼리끼리’ 중진협의체, 절대 수용할 수 없습니다. 즉각 멈추라”고 촉구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민 의원 주장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같은 날 SNS에 “여야중진협의체 절대 반대합니다. 민주주의에 맞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