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2년만에 기업가치 두 배 뛴 티맵…"금융 손잡고 혁신 서비스"

SK스퀘어 모빌리티 자회사 티맵모빌리티
KB국민은행서 2000억 투자
2020년 말 분사 후 기업가치 두 배로
모빌리티플랫폼-금융권 대규모 초협력 첫 사례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가 신규 투자 유치건과 사업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 제공

티맵모빌리티가 SK스퀘어와 협력해 KB국민은행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SK텔레콤에서 2020년 12월 분사한 지 약 1년 반 만에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올랐다. 최근 거시경제 흐름을 고려하면 발군의 성과다.

'하루 500만명 쓰는 앱' 가치 ↑

22일 티맵모빌리티는 KB국민은행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KB국민은행은 티맵모빌리티 지분 8.3%를 보유하게 된다. 전략적투자자(SI)로서는 지분율이 가장 크다.

이번 투자 유치로 티맵모빌리티가 인정 받은 기업가치는 총 2조2000억원이다. 2020년 12월 분사 당시(1조)와 비교하면 2.2배 높다. 분사 이후 티맵 플랫폼 성장세를 반영한 결과다. 티맵 기존 기능은 고도화하고 전기차·화물차 등 모빌리티 부문마다 특화한 신기능을 도입했다. 높이·무게 제한 도로가 있어 그동안 일반 내비게이션을 쓰지 못했던 화물차 내비게이션을 새로 제공한 식이다.

데이터 기반 서비스도 늘렸다. 목적지 확인 서비스 T지금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분사 이전 450만명가량이었던 일일활성이용자(DAU) 수는 이달 기준 520만명을 넘겼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394만명에 달한다.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는 "최근 금융 시장이 상당히 어려운데도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이정도 오른 것에 대해서 자부심이 있다"며 "티맵모빌리티의 진정한 잠재성을 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티맵모빌리티는 20년간 축적한 모빌리티 데이터와 노하우가 있는 1위 운전자 플랫폼"이라며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순조롭게 확장하고 있고, 여기에다 자율주행 투자와 UAM 구상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까지 탄탄히 추진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가치를 평가받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간 티맵모빌리티가 유치한 투자금은 총 7000억원 규모다. 작년 4월 우버로부터 600억원을, 같은해 5월 국내외 사모펀드인 이스트브릿지와 어퍼마캐피털로부터 총 4000억원을 끌었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번에 확보한 재원을 모빌리티 사업 역량 강화와 관련 생태계 확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유능한 개발자를 더 많이 채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모빌리티 데이터 기반 보험·중고차·결제 사업 등 KB금융그룹과의 협업에도 속도를 붙인다는 설명이다.

이종호 대표는 "이동의 혁신을 통해 완전히 다른 미래가 올 수 있다"며 "KB국민은행을 전략적투자자로 들인 것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고 했다.

"혁신 모빌리티·금융 서비스로 '윈윈'"

이는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에 대해 대형 금융사가 대규모 투자를 벌인 첫 사례다. 양사는 모빌리티 데이터와 금융을 서로 접목해 전에 없던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용자들이 늘 불편을 느꼈지만 한 분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이종(異種)기업간 협력으로 풀겠다는 구상이다.

투자금은 KB국민은행이 집행하지만 티맵과의 협업은 KB금융그룹 전반과 이뤄진다. 손해보험, 캐피탈, 카드 등 각 분야 KB금융 계열사들이 참여한다.

티맵 플랫폼 종사자에 특화된 KB금융의 소액대출 서비스 계획이 대표적이다. 대리운전, 발렛주차, 화물 탁송 등에 종사하는 이들 중 상환 여력이 있어도 신용 점수가 부족해 대출을 받지 못하는 '금융 사각지대'를 풀겠다는 취지다.

이재환 티맵모빌리티 성장전략 담당은 "금융이력만이 아니라 플랫폼 내 근무일수, 업무활동, 고객 피드백 등을 활동 이력을 종합해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플랫폼 종사자들이 기존 금융상품 대비 좀 더 유리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연내 소액대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목표다.

이재환 티맵모빌리티 성장전략담당이 티맵모빌리티의 사업 현황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 제공

모빌리티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통합형 보험상품도 내놓는다. 기존엔 근로자가 각 업무에 대해 개별 보험상품을 들어야 했다. 일주일에 닷새는 대리운전을, 이틀은 발렛주차를 하는 이의 경우 대리보험과 발렛보험을 둘 다 들어야 한 식이다. 이를 통합 보험상품으로 대체하면 플랫폼 종사자의 비용 부담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KB금융의 서비스를 활용해 모빌리티 플랫폼 각 주체의 편의도 끌어올린다. 티맵모빌리티는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플랫폼기업용 기업대출 플랫폼론을 활용해 화물 탁송분야 정산 주기를 최근 당겼다. 화주와 차주간 정산 주기가 달라 차주가 탁송 대가를 받기 위해 한달여를 기다리기 일쑤였던 정산 기간을 하루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늘어난 티맵모빌리티 운영 비용 부담을 플랫폼론을 통해 덜고 있다. 이재환 담당은 "티맵모빌리티 생태계에 있는 다양한 중소 플랫폼들도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의 오프라인 지점 인프라를 티맵과 연결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구상도 있다. 저녁이면 한산해지는 은행 주차장을 티맵 주차장 플랫폼에 연계하는 식이다. 이재환 담당은 "은행 점포는 저녁이면 문을 닫아 한가해지는데, 반대로 모빌리티 시장은 저녁이 바쁘다"며 "은행 주차장을 발렛주차나 전기차 충전 서비스 등에 활용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들도 새롭게 선보인다. KB국민은행의 노하우를 활용한 포인트 제도, 결제 서비스 등을 티맵과 연동한다. 중고차 관련 사업도 협력을 추진한다. 티맵의 운전 점수와 KB캐피탈의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를 연동해 전 차주의 운전점수를 제공한다. 중고차 수요자가 이전 차주의 운전습관과 사고 이력 등을 조작 우려 없이 볼 수 있으면 정보 비대칭이 상당폭 해결되서다.

티맵과 KB금융 양사간 신규 이용자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에 따르면 티맵 앱 이용자와 KB스타뱅킹 앱 이용자를 분석했을 때 티맵 앱 이용자 중 약 57%가 KB앱을 쓰지 않는 비중복사용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양사간 협업이 강해질수록 서로 사용자를 교차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22일 열린 티맵모빌리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환 티맵모빌리티 성장전략 담당(사진 왼쪽부터),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 송재승 SK스퀘어 MD, 양성우 티맵모빌리티 CBO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 제공

이종호 대표는 “티맵모빌리티와 KB국민은행의 누적 가입자 규모는 5000만명에 달한다”며 “티맵을 전국민이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키우고, 모빌리티 시장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기존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