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애플 겨냥 '초치기'…中 신제품 발표 일정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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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때린 화웨이, 2년 만에 애플에 맞서 '보복 출시?'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가 하반기 플래그십 휴대폰 메이트(Mate)50의 발표일을 다음달 6일로 확정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화웨이 신작이 10월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애플의 아이폰14 행사 계획이 흘러나오자 부랴부랴 신제품 공개일을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속타는 화웨이…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 6위로'뚝'
그간 미국 정부의 제재로 실적이 둔화한 화웨이가 주목도를 분산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애플의 아이폰14 공개일에 맞춰 자사의 신제품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때린 화웨이, 2년 만에 애플에 맞서 '보복 출시?'
22일 업계에 따르면 위청둥(餘承東·리처드 유)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를 통해 다음달 6일 화웨이 메이트50 시리즈 휴대폰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위청둥 CEO는 "많은 소비자들이 화웨이 메이트50 신제품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드디어 2년만에 신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전했다.그간 화웨이는 애플의 신제품 발표일 일주일 뒤, 길게는 한 달 이후 자사의 신제품을 공개해왔다. 2020년과 2019년 당시 화웨이 메이트40·30 출시일은 아이폰12·11 공개 일주일 뒤에 이뤄졌고, 2018년과 2017년에는 아이폰 신제품 공개 한 달 뒤에 화웨이 신제품을 발표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거의 동시에 신제품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내달 7일(현지시각) 아이폰14와 신형 맥과 고급형·저가형 아이패드, 3개의 애플워치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 화웨이의 메이트50 발표 이후 바로 이튿날 아이폰14가 공개되는 셈이다.
화웨이의 이번 신제품 출시는 2년 만이다. 화웨이는 매년 상반기에 P 시리즈를, 하반기에는 메이트 시리즈를 발표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미국 정부의 제재로 반도체 공급이 끊겨 신제품 출시에 차질을 빚어왔다. 미국 제재 이후 화웨이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추락하자 의도적으로 발표일을 조정하는 등 '보복 출시'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속타는 화웨이…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 6위로'뚝'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이 삼성과 애플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출시일을 조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모토로라와 샤오미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언팩 2022' 행사 이튿날인 지난 11일(현지시간) 잇따라 자사의 신제품 '레이저 2022'와 '믹스폴드2'를 내놨다.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선두 업체 신제품 발표 전후로 자사의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해 주목도를 분산시키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화웨이는 한때 삼성전자, 애플과 함께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휴대폰 제조사로 꼽혔다. 2019년 기준 화웨이의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4060만대로 당시 애플을 누르고 세계 1위 삼성전자(2억9800만대)를 턱밑까지 추격했었다. 분기 기준으로 한때 삼성전자 판매량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미국이 대만 TSMC로부터 스마트폰용 반도체 부품 공급을 막으면서 신제품 출시에 차질을 빚으며 점유율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는 삼성(21%)이다. 이어 애플(17%), 샤오미(14%), 오포(10%), 비보(9%) 등이 상위 5위를 기록했다. 화웨이에서 분사해 독립 회사가 된 아너(Honor)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15.1%로 6위에 그쳤다. 스마트폰 점유율 추락으로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실적이 둔화하고 있다. 화웨이는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 회복에 거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웨이가 출시한 메이트50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칩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의 제재 조치 등으로 LTE 통신만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은 최저 6000위안(약 118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현지 언론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두 제품 간의 정면대결은 피할 수 없다"며 "애플과 거의 같은날 신제품을 내놓는 것은 화웨이의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