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급한 디지털 인재 양성, 기업 역량 동원해 속도전 펼쳐야

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이버보안 등 디지털 분야 인재 양성 규모를 당초 계획의 2배인 100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에 담긴 공약을 정책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교육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5개 부처가 공동으로 초·중학생 코딩 교육 필수화부터 디지털 선도대학 육성까지 방안을 총망라했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디지털 인재가 국가 경쟁력의 원천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급속도로 디지털 대전환이 진행되면서 관련 인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의 ‘아메리카 AI 이니셔티브’, 중국의 ‘디지털 고급인재 양성 촉진 4대 정책’ 등 글로벌 선도국들이 일찌감치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온 이유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한참 늦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5년간 디지털 분야에는 약 73만8000명의 인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대로라면 키워낼 인력이 49만5000명에 머물러 인력난이 심각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런 배경엔 수월성 교육을 부인한 전 정부의 획일적인 교육 평준화 정책이 적잖은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급 인재 양성 계획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려면 일차적으로 교수 자원 확보가 관건이다. 학부생, 석·박사급 인원이 늘어나더라도 첨단 지식을 전수할 교수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기업에 첨단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있다. 미국의 ‘강의 교수제’처럼 강의만 전담하는 교수를 둔다면 기업 재직·퇴직자를 활용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길러낸다는 점에서도 유기적 산학 협력은 필수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민간 전문가를 대학교수로 활용하기 위해 규제 개선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속도다.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어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늦은 만큼 당장 다음 학기부터라도 신속하고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대학교수들의 기득권이 걸림돌이 돼선 곤란하다. 민간의 시설과 장비 활용도 디지털 인력 양성을 위한 주요 기반이다. 기업은 장비 활용의 문을 열고 정부는 세제나 연구개발(R&D) 자금 지원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