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치킨플레이션에 난리"…외신도 주목한 '치킨 전쟁'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시민들이 치킨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마트는 이날부터 일주일간 '(9호) 후라이드 치킨'을 마리당 5980원에 판매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초저가 치킨 열풍에 외신들이 주목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한국의 '치킨 가격 전쟁'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에 대처하고 있는 한국인은 식품 구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으며, 할인된 가격에 치킨을 사려고 기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블룸버그는 치킨을 하루 30마리로 한정해 판매하는 한 홈플러스 점포에서 치킨 구매에 실패한 일부 고객이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도 줄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30일 홈플러스가 6990원의 '당당치킨'을 첫선 보인 후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들도 초저가 치킨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대형마트에서 파는 치킨의 가격은 기존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전 세계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은 치킨 가게가 있는 곳으로, 치킨은 한국인의 식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치킨 가게 수는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블룸버그통신
지난달 치킨 값 상승률은 11.4%로 전체 물가 상승률은 8.8%를 웃돌았다. /출처=블룸버그통신
그러면서 올해 한국에서 다른 식품보다 치킨 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치킨플레이션'( Chicken-inflation)이라고 거론했다. 지난달 치킨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올라 전체 식품 물가 상승률인 8.8%를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후 높아진 배달비도 치킨값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당당치킨 판매가 한시적 할인이 아니며 이 가격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홈플러스가 '물가 안정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값싼 치킨을 팔고 있는 등 한국 대형마트의 '치킨 전쟁'이 실제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홈플러스는 당당치킨 출시 이후 약 46만 마리의 치킨을 판 것으로 전해지는데, 액수로만 따지면 32억원 정도다. 이는 월 6100억원가량으로 추산되는 전국 치킨 판매액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대형 마트의 저가 치킨이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도 영향을 주길 바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로이드 챈 옥스퍼드이코노믹스(OE) 이코노미스트는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가격을 낮추거나, 적어도 더는 올리면 안 된다는 강한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